한국일보

감옥에 자식 보낸 부모 심정

2000-11-30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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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

법원이 있는 곳마다 빠짐없이 자리잡고 있는 업소가 있다. 보석금 회사가 그것이다. 법원이 있는 한 형사재판을 받는 사람이 나오기 마련이고 구속된 사람중 열에 아홉은 돈을 내고라도 감옥에서 나오려 하기 때문이다. 단 하루라도 유치장에서 지내 본 사람들은 ‘전재산을 주고서라도 다시는 가고 싶지 않은 곳’이라고 입을 모은다. 을씨년스런 분위기와 퀘퀘한 냄새, 지저분한 주변환경은 그렇다 치더라도 무시무시하게 생긴 타인종이 다가와 어깨를 툭툭 치며 시비를 거는 것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는 것이다.

지난 수년 사이 LA 한인타운에도 보석금 회사가 여러 곳이 생겨나 성업중이다. 그만큼 한인 가운데도 유치장 신세를 지는 사람이 늘어났다는 얘기다. 한인들이 가장 많이 구속되는 케이스는 음주운전 아니면 가정폭력이다.

200만달러의 보석금을 물어 주고 자식을 한국으로 도피시킨 사건이 타운의 화제다. 그런 거액을 지불하고 계획적으로 중범을 빼돌린 데 대한 비난도 높지만 ‘오죽 했으면 그렇게 했겠느냐’는 동정의 소리도 나온다. 자기가 감옥에 가 겪는 고통도 고통이지만 자식을 감옥에 보내고 겪는 부모의 마음고생은 당해 보지 않고는 모른다는 것이다.


도피범의 아버지 강모씨가 주위 사람들에게 털어 놓은 이야기가 있다. 처음 자식이 잡혀 감옥에서 만났을 때는 죽이고 싶도록 미웠다. 도대체 어떻게 그런 일을 저질러 집안 망신을 시킬 수 있는지 분노가 치밀어 견딜 수 없었다. 창피해서 얼굴을 들고 다닐 수도 없었다. 그러나 몇 번 만나 자식이 감옥에서 겪는 고생담을 듣고 나서는 어떻게 해서든 빼내야겠다는 생각밖에는 들지 않았다.

강씨에 따르면 사건을 일으킨 아들은 언론에 보도된 것처럼 난폭한 인간이 아니었다. 학교 다닐 때까지만 해도 너무 얌전한 아이였다. 대학교를 졸업한 후 밴드단원으로 일하면서 나쁜 친구들과 어울린 게 화근이었다. 친구 두 명과 같은 아파트를 얻어 나가 살면서 점차 어두운 길로 빠져 들기 시작했다. 강도 강간 혐의로 기소된 것도 친구들이 창녀를 불러 파티를 할 때 현장에 같이 있었다가 억울하게 말려 든 것이란 설명이다.

강씨는 이민 온 많은 한인이 그랬던 경제적 안정이야말로 아메리컨 드림을 실현하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하고 비즈니스에 온갖 정성을 쏟았다. 그 결과 돈은 좀 벌었지만 이제 와서는 의미 없는 일이 되고 말았다. 자기보다 일찍 세상을 뜬 동생 자녀들은 의사가 되거나 의사와 결혼해 행복한 삶을 누리고 있는데 자신은 버젓이 살아 있으면서 자식을 중범으로 만들었다 생각하면 잠조차 제대로 오지 않는다.

가정 문제 전문가들은 “타운 유명 인사나 비즈니스를 크게 하고 있는 한인 가운데 자녀가 행패를 부리거나 경찰에 체포되는 등의 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는 케이스가 의외로 많다”며 “경제적 성공보다 가정의 화목을 이루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아메리컨 드림을 이루는 것임을 새로이 인식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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