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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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냉각’에 대비하자

2000-11-29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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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수첩

▶ 문태기 (경제부 차장)

연말이면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여왔던 뉴욕 증시가 곤두박질치고 있고 10월 소비자 신뢰지수도 올 들어 최저치로 떨어졌다. 믿었던 부동산 시장 마저 판매가 주춤거리고 있다. 미 경제는 확실히 냉각되고 있다.

미국 기업들의 수익도 내년에 하향 조정되고 있다. 특히 경기호황의 견인차 역할을 해온 하이텍 기업들은 앞다투어 내년 매출이 감소할 것이라고 발표하고 있다. 셀룰러 폰, PC, 반도체 칩 등을 비롯해 전 분야에 걸쳐서 잘 되는 업종이 없을 정도이다.

이에 자극 받은 금융계는 성장 가능성이 불확실한 닷컴 기업들에 대한 투자를 꺼려 ‘패츠 닷컴’을 비롯해 문닫는 회사들이 속출하고 있다. 올해 폐업한 비교적 알려진 닷컴 회사들은 줄잡아 130여개에 이르고 있으며, 중소 규모의 닷컴사를 합하면 훨씬 더 많다.


실리콘 밸리에 본사를 두고 있는 ‘야후’(Yahoo)의 경우 향후 인터넷 광고 수익이 감소할 것이라는 예상으로 2개월 전까지만 해도 80~90달러하던 주가가 40달러선으로 폭락해 있다.

부동산 시장도 마찬가지이다. 지금도 주택가는 오름세를 보이고 있지만 판매는 현저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미 전국의 기존 주택 판매는 10월이 전달에 비해서 3.9% 하락하면서 ‘냉각’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향후 미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인해 10월 소비자 신뢰지수는 올해 들어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바꾸어 말하면 소비자들이 앞으로 경제가 나빠질 것을 우려해 움츠러들고 있는 셈이다.

이같은 현상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경기과열을 막기 위해 올해 5월 0.5% 금리 인상을 단행한 것을 비롯해 몇차례 이자율을 올린 결과라고도 해석할 수 있다. 긍정적으로 평가하면 미 경제가 인플레이션 우려 없이 저성장을 계속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반면 부정적인 측면에서 보면 경제가 너무 빨리 냉각되어 불경기가 닥쳐올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내년 상반기로 접어들면 미 경제가 ‘건전한’ 성장을 계속할 것인지 아니면 불경기의 징후를 보일지 조금 더 확실하게 알 수 있겠지만 현 상태로 보아서는 향후 미 경기가 별로 좋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미 경제가 최고에 달했던 지난 89, 90년 무리한 부동산 투자나 사업 확장 후에 불어온 불경기로 인해 상당수의 한인 투자가들이 막대한 금전적인 손실을 입었다는 점을 상기하면서 ‘여유 자금’으로 투자해야 된다는 기본적인 투자 상식을 염두에 둘 시기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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