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고어는 포기할 권리가 없다

2000-11-29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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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 시각

▶ <로버트 쉬어, LA타임스 칼럼>

조지 W. 부시는 26일 밤 자신이 차기 대통령이라고 선언하면서 부끄러운 마음이 전혀 없었단 말인가? 그는 변호사들을 시켜 플로리다의 재검표 실시에 도전하는 고소장을 연방대법원에 제출해 놓고서도 멀쩡한 얼굴을 하고서 "이제 검표가 끝났으니 국민의 뜻을 존중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문제는 아직도 수천개의 표가 손으로는커녕 기계로조차 한번도 세어지지 않은 채 있다는 사실이다. 이 표를 계산한다면 플로리다의 승리가 고어에게 돌아갈 수 있는 데도 말이다. 마이애미-데이드카운티의 표를 수검표할 경우 고어가 승리하리라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마리오 쿠오모 전 뉴욕 주지사는 "고어에게 포기할 권리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고어는 전국 유권자 투표에서 32만3000여표나 앞서 있고 플로리다를 제외한 나머지 주 선거인단 숫자에서도 267표로 앞서 있으며 단 3표만 추가하면 승리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그는 아직도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선두주자이며 플로리다에서 정확하고 공정한 개표가 이루어진다면 결코 패배할 리 없다.

이번 선거는 124년만에 가장 치열한 선거였다. 모든 국민들의 표는 법원이 정한 바에 따라 12월중순 대통령 선거인단 투표 마감일까지 공정하게 검토되어야만 우리 정치제도의 적법성이 유지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미국 국민들은 2000년 선거가 부시의 동생이 주지사로 있고 당파 성향이 짙은 그 파트너가 총무처장관으로 선거결과를 인준한 주에서 도둑맞은 선거라고 기억하게 될 것이다.

이 상태에서 끝낸다는 것은 두 후보 누구에게도 도움이 될 수가 없다. 진정한 대통령 당선자는 모든 법적 문제에서 걸림돌이 없어야만 한다. 두 후보는 모두 법적인 소송을 철회해야 한다. 부시는 한 걸음 물러나 모든 유권자의 투표가 정확하게 검표되도록 기다림으로써 불필요한 법정싸움을 피하는 것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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