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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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혼과 자녀들

2000-11-29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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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

L씨는 얼마전 한국에 있는 한 친지의 재혼 소식을 듣고 어이가 없었다. 80대 초반의 이 남성이 35살인 여성과 재혼을 했다는 것이었다. 정정하고 재력도 있는 신사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노인은 노인인데 그렇게 새파란 아내를 맞다니 염치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그렇게만 생각할 것이 아니다”는 것이 그 소식을 전한 친구의 설명이었다.

“자녀 딸린 여성과 재혼을 하면 너무 복잡한 문제가 많이 생기거든. 그래서 자녀가 없는 여성을 찾게되는데 그러자면 여성의 나이가 최소한 50살 이상이거나 혹은 아예 35살 이하라야 된다는거야. 자식들이 다 커서 독립해 나갔거나 아직 아이가 없는 케이스가 되는 거지” 그런데 남자들 욕심에 50살 넘은 여성은 싫고 그래서 주변 눈치가 좀 보이더라도 30대 노처녀를 찾는 추세라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두쌍이 결혼하면 한쌍, 한국에서는 세쌍중 한쌍꼴로 이혼한다는 말이 나온지 오래다. 이혼이 흔해지고 재혼이 늘면서 재혼가정의 문제들도 이제 무시못할 사회적 이슈로 등장했다. 이혼이나 사별의 상처를 가진 남녀가 부모 다른 아이들을 함께 키우면서 살려면 “골치아픈 게 한두가지가 아니다”는 것이 경험자들의 말이다.

그 골치아픈 문제들중 대부분이 자녀와 관련된 것이다 보니 자녀딸린 여성은 재혼 후보에서 우선적으로 밀린다는 것이다. 청소년 선도기관에 가보면 많은 수가 부모가 재혼한 집 아이들이라는 사실만 봐도 자녀 데리고 재혼하는 일이 얼마나 힘든지를 알수가 있다고 한 가정문제 카운슬러는 말한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부인의 친척들이 모처럼 집에 놀러와서 남편의 딸에게 차심부름을 시킵니다. 그러면 의붓딸은 당장 ‘계모라서 나를 식모처럼 부리는 구나’ 생각을 하지요. 그런 분노가 속으로 쌓이고 실타래 얽히듯 얽혀서 사사건건 마찰을 빚다가 나중에 엉뚱하게 폭발을 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어려운 조건인데다 재혼부부들은 대개 초혼때 같은 헌신이나 순수함이 없으니 더욱 문제다. 재혼상대에 대해서는 대부분 이기적이고 계산적인 경향이 있다. 지난해 한국에서 한 결혼정보업체가 조사한바에 의하면 남성들이 재혼할 여성을 고를 때 따지는 기준은 첫째가 미모이고, 둘째가 양육자녀가 없는 것, 여성의 경우는 첫째가 확실한 직업, 둘째가 경제력이다. 특히 아들 있는 여성은 재혼기피 대상 1위라고 한다.

“재혼에는 너무 변수가 많기 때문에 사실은 살아보고 결혼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하지만 아이들을 다 데리고 살아볼수도 없는 일이고… 가능하면 자녀가 독립할때까지는 재혼을 안하는 게 제일 좋지요”- 가정문제 전문가의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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