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늘 하루 이 창 열지 않음닫기

이제는 고어가 패배를 인정할 때

2000-11-28 (화)
크게 작게

▶ 미국의 시각

▶ 밥 돌<96년 대선 공화당후보>

4년전 대통령선거에서 나는 승자가 가려지던 즉시 패배를 인정했다. 결과가 분명했으니 그것이 나의 의무였다.

알 고어부통령은 강력하고 의지에 찬 선거운동을 했다. 그러나 아슬아슬한 패배도 패배이기는 마찬가지다. 플로리다에서 공식인증한 승리의 표차는 선거인단 수인 538표보다도 적다. 그래도 승자가 둘 일수는 없으며 대통령도 둘 일수 없다.

조지 부시 주지사는 한번도 아닌 4번의 집계에서 우세했다. 선거일 밤의 집계, 자동 재검표, 부재자와 해외투표함 개표, 그리고 마지막 공식인증 총계이다. 고어부통령은 기계 재검표부터 몇몇 카운티의 수검표, 검표 기간 연장등 받을 만한 것을 다 받았다. 단 하나 받지 못한 것이 있다면 승리에 충분한 표다.


이제는 우리 나라가 그에게서 뭔가를 받아야만 하겠다. 패배 시인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벌어질 사태는 우리가 이미 어렴풋이 보았다. 법적공방과 파워게임이 하루 24시간 계속 TV를 타면서 법정 서커스판이 될 것이다. 그래서 1월20일 대통령 취임식 날이면 혼란과 분노와 악이 지난 3주간 보여진 것의 몇배가 될 것이다. 그러면서도 결과는 오늘과 같을 것이 거의 분명하다.

대통령후보가 패배한 선거를 뒤집기 위해 소송을 제기한 예는 우리 역사상 없었다. 그로인해 생길 폐해가 얻을 이점에 비해 훨씬 클 것이기 때문이었다. 가까운 예로 1960년 리처드 닉슨이 그랬고 76년 제럴드 포드가 자기 자신의 이익보다는 국가의 이익을 앞세웠다. 나는 당시 포드후보의 러닝메이트로 지미 카터, 월터 몬데일팀과 싸웠다. 우리는 선거인단 30표 차로 승리를 놓쳤다. 그러나 주위에서 몇몇 주 선거결과에 이의를 제기하라고 촉구했을 때 포드대통령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고어부통령과 그의 가족들이 어떤 기분일지 잘 이해가 된다. 패배와 함께 오랜 기간 품어온 희망과 야망이 끝난 것처럼 보일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가 당파적 분노와 개인적 계산을 넘어서 다시 일어날 수 있으리라고 확신한다.

이제는 정권 이양과정이 시작되어야 한다. 부시 주지사가 받을 상은 나라를 위해 4년간 봉사할 기회를 갖는 것이다. 고어 부통령에게는 지금이 봉사할 기회다. 우리나라가 끔찍하게 고통스런 경험을 면하게 하면서 나라의 선을 생각하는 명예로운 유산을 그가 남길수 있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