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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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어가 양보해야할 이유

2000-11-28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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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 시각

▶ (월스트릿저널 사설)

지난 주말 일어난 가장 중요한 사건은 캐더린 해리스 플로리다 주총무처 장관의 부시 승리 확인이 아니라 연방대법원이 플로리다 수검표를 중지해 달라는 부시측 요청을 받아 들여 이에 관한 심리를 하기로 한 것이다.

대법원이 당장 부시의 손을 들어 주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결정은 미국에서 가장 도덕적 정치적 권위를 가지고 있는 기관이 누군가의 편에 서게 될 것임을 의미한다. 우리는 대법원이 심리를 하기로 결정했다는 사실 자체가 고어에게 양보할 때가 왔음을 알리는 신호라고 본다.

수백만명이 표를 던진 선거에서 수백표 차이로 진다는 것은 괴로운 일이다. 그러나 플로리다 대법원처럼 “기술적인 문제로 국민의 뜻을 거역할수 없다”는 식으로 판결하는 것은 게임 도중 경기 규칙을 바꾸는 것이다. 이는 고어를 대통령으로 만드는 것만이 적법한 일이라는 강변과 다를 것이 없다.


연방대법원이 플로리다 대법원의 결정을 지지했다면 부시측 상고를 받아 들이지 않았을 것이다. 대법원은 상고 심리 수락 결정을 내리면서 플로리다 대법원 판결을 뒤집을지 여부를 검토하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대법원이 아직 결정을 내리지는 않았지만 막판에 고어표가 쏟아져 나온다면 부시편을 들어줄 가능성은 더 커진다. 고어팀은 마이애미 데이드 카운티 선관위가 수검표 중지 결정을 내리자 민주당원들로 구성돼 있는 이 위원회는 물론 수검표시 기준이 너무 엄격했다는 이유로 팜비치 카운티까지 제소하는 뻔뻔함을 보이고 있다.

리버럴 칼럼니스트들은 주정부의 권리 존중을 주장해 온 부시팀이 연방대법원을 끌어 들인 것은 모순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번 플로리다 주대법원의 결정은 법원의 전결권한을 사상 유례없이 남용한 것이다. 연방 대법원이 플로리다 주대법원의 결정을 뒤집는다면 이는 고유권한을 남용해 온 법원의 행태에 대타격을 주게 될 것이다. 그런 사태가 발생할 경우 법원의 적극적인 개입을 주장해 온 리버럴 법조인들은 고어에게 분노의 화살을 던질 것이다.

민주당은 공화당이 2주째 계속된 파상 공세를 견뎌 내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민주당은 졌다. 고어는 분열된 공화당을 단합시키는 클린턴도 해내지 못한 일을 했다. 플로리다 개표 사태 후 전국의 투표소는 부정선거와 비효율성 여부에 대한 철저한 감사를 받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될 경우 손해 보는 쪽은 민주당이다. 아직도 고어는 자기가 이겼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연방대법원을 끌어 들이는 것이 민주당의 장기적인 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는 사람이 민주당내에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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