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무관심이 빚는 아동학대

2000-11-24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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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은애 <임상심리상담가>

며칠 전에 어느 학부모에게서 급한 전화가 왔다. 집에 경찰이 찾아오고 편지가 왔는데 무슨 일인지 잘 모르겠다며 두려운 목소리로 도움을 청해왔다. 편지를 읽고 자초지종을 물었더니, 집에서 놀다가 7살난 큰애가 5살 동생의 얼굴을 할퀴어서 상처를 냈는데 학교에서 누가 뉴욕시 아동복지국에 신고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동학대 조사를 나온 것이었다.

가끔 학교 교사들이나 학부모 상담할 때 듣는 이야기로는 아직도 한인 부모들은 아이들이 잘못했거나 사고를 칠 때 아이들에게 폭행을 하는 경우가 70%를 차지한다고 한다. 폭행은 몸과 그리고 보이지 않는 마음에 상처를 준다.

이유가 무엇이든 아이들을 보호해야 하는 어른들이, 특히 사랑하는 부모들이, 이렇게 아이들의 인격을 존중하지 못하고 자기 소유의 물건이듯 자기 기분대로 아무렇게나 아이들을 다루는 것을 볼 때 청소년문제는 우리 가정 안에서 먼저 싹이 튼다는 것을 아무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만약에 우리가 우리 아이들을 다루듯이 다른 사람에게 한다면 분명히 ‘정신병자’ 취급당할 것이고 법에 의한 조치로 감옥에 들어갈 수도 있을 것이다.


한국에서 자란 이민1세들이 부모로서 아이를 훈계하거나 벌을 줄때 말과 행동을 살펴보자. 이상스레 자식에 대한 애정과 희망과는 반대로 가는 것 같다. 감정이 격해져 있을 때 아이를 때리거나 감금하거나 폭언으로 협박하는 것은 더 이상 물을 것 없이 아동학대로 간주한다. 아이들을 안전하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이 부모임을 강조하고, 이 사회는 그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부모에게서 학대나 아니면 무관심으로 버려지는 아이들을 위해서 ‘무서운’ 법을 만들어냈다. 학교 선생들이나 의사, 소셜워커, 상담자 등은 의심스런 증거가 보이면 이유가 무엇이든 신고를 해야 하는 법적의무가 있다. 그런 증거가 있어도 신고를 안해 나중에 관련 전문가들이 면허도 빼앗기고 감옥을 간 예도 많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에서는 아동학대 및 방치 훈련을 받지 않으면 주에서 관련직종 면허증을 받지 못한다. 그리고 조사를 통해서 학대나 무관심으로 아이들이 보호가 필요하다고 판정이 나면 부모는 그 아이들을 빼앗길 수도 있다.

위에 말한 학부모는 아이가 몇 번 얼굴과 몸에 상처와 멍이 들어서 학교를 간 적이 있다고 한다. 두 아이가 워낙 행동면으로 자제하기가 힘들어서 집에서도 둘이 싸우며 논다고 한다. 이번에도 두 아이가 그냥 놀다가 얼굴을 할퀴었는데 신고를 받아서 어이가 없다는 듯으로 이야기를 하였다. 그 때 부모들은 어디에 있었냐 하니까 옆에서 TV를 보고 있었단다.

여기에서 한번 생각해야 한다. 이 아이가 아동학대나 무관심으로 신고를 받을 자격이 있었는지 없었는지... 이 질문과 답을 생각하며 나의 아동학대법 상식이 얼마나 되는지 한번 평가해 보기 바란다. 그리고 다른 부모들과 함께 대화를 하며 풀어나가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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