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진정 행복한 삶이란

2000-11-24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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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수<가주 한인정신건강후원회장>

인생은 어느 시기에 어떻게 결론이 날까. 어떤 한인 아가씨는 부모가 일본에 체류하고 있는 사이 비영주권 신분으로 친구들과 멕시코로 여행을 갔다가 입국을 거절당했다. 혼자 그 곳에 떨어져야할 난감한 처지에 놓이자 일행중 백인청년과 상의해서 서로 약혼한 사이라고 하였다. 결국 조건부 입국을 했으며 주어진 날짜에 결혼증명을 제출하지 않으면 추방한다는 조건으로 문제해결을 보았다.

부모는 일본에서 돌아와 이 사연을 알고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결국 딸은 얼마간의 동거로 딸을 낳고 부모의 도움으로 정신적 고통을 감수하며 생활을 이어갔다.

또 한 여성은 한국 나가서 결혼하고 가정을 꾸며 한 아이의 어머니로서 자영업을 하면서 잘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나 처녀시절 교제했던 옛 애인이 미국에 왔다는 소식을 듣고 그는 행복했던 가정을 한 순간 쑥밭으로 만들어 놓고 남편과 자식도 버리고 애인 품에 안겼다.


한 남성은 친지들이 부러워하는 행복한 가정을 유지하면서 인생을 존경받으며 살다가 운명하였다. 그런데 장례식장에 젊은 청년이 나타나서 문상하며 슬프게 울고 있었다. 옆에 있던 미망인이 어떤 사연인가 하고 물었더니 돌아가신 분이 아버지가 되신다고 하였다. 미망인은 그 자리에서 졸도를 하고 장례 분위기는 이상하게 돌아갔다. 이중생활을 한 산 증거가 나타난 것이었다. 열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것이 바로 이런 과정을 두고 하는 말이며, 잔디가 가슴 위에 덮기 전에는 큰 소리 못한다는 것도 바로 이런 사실에서 나타난 것이 아닌가.

어떤 남편은 자영업을 하다가 2년 전에 은퇴를 하고 아내의 병시중을 하던 중 암 진단을 받았다. 이민 와서 고생만 하다가 지금은 은퇴연금으로 풍족하지는 않지만 미국 와서 처음 행복을 가져보고 있었는데 비극이 닥쳤다.

그러나 이 가정에는 용기가 있고 희망이 있었다. 서로가 환자인데도 보살펴주고 아껴주면서 생활하는 모습이 진정 인생을 승리로 이끄는 가정이었다. 국문학자 양주동 교수의 강의가 생각난다. 추운 겨울 저녁에 화롯불에 된장찌개를 올려놓고 남편을 기다리며 따뜻하게 밥상을 준비하는 그 정성. 얼마나 행복한 그림인가. 소탈한 분위기에서 서로 이해해주고 보살피며 생명 다할 때까지 부끄럼 없는 삶이야말로 진정 행복한 삶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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