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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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세계에서의 생존비결

2000-11-22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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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요칼럼

▶ 이 철 (주필)

지난 주 캘리포니아 한인 커뮤니티에서는 경사스런 일이 있었다. 한인변호사가 168명이나 탄생한 것이다. 변호사 시험은 1년에 두 번 있는데 한번에 이렇게 많이 합격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한인사회에서는 아직도 변호사가 남성들의 인기직종인 것 같다. 그 뒤에는 부모들의 열렬한 염원이 숨어 있다. “우리 아들이 변호사 시험에 합격됐어.” 어느 부모나 이렇게 자랑하고 싶어 한다.

그런데 변호사가 된다는 것이 어떤 세계에 뛰어 드는지를 부모들이 정말 알고 있을까. 더구나 변호사 시험에 합격한 당사자들도 이해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미국의 변호사 시험은 한국의 사법시험과는 좀 다르다. 캘리포니아의 경우 변호사 된지 10년 있어야 판사가 될 수 있는 자격이 있다. 검사는 다르다. 어느 변호사든지 될 수 있다.

‘변호사’ 하면 돈 잘 벌고, 벤츠 승용차 타고, 좋은 집에서 사는 것을 연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것은 좀 잘못된 상상이다. 기반이 단단한 변호사나 그렇지 그 정도 되려면 눈물나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변호사가 어떤 직업이냐”를 쉽게 설명하면 “너무 피곤하고, 너무 경쟁이 심하고, 너무 인내력을 요구하는 직업”이라고 표현할수 있다. 한마디로 너무 힘들다. 그 노력이면 어느 분야에 진출하든지 두각을 나타낼수 있다.

변호사 시험에 합격된후 LAW FIRM(큰 변호사 사무실)에 들어가 일할 경우 일주일에 80~100시간 일하게 된다. 그렇게 열심히 일하지 않고는 살아 남을수가 없다. 변호사라는 직업은 머리를 쓰는 것인데 아이러니컬하게도 스태미너를 절대적으로 필요로 한다. 몸 약한 사람은 변호사 하기 힘들다.

싹이 노랗느냐 파랗느냐는 7년이면 알아 본다. 여기서 유능한 변호사와 무능한 변호사의 윤곽이 들어나기 마련이다. 보통 LAW FIRM에서 10년 버틴 변호사들은 대성하는 길목에 들어서게 된다. LAW FIRM에서 변호사 생활을 시작한 50명중 10년후까지 남아 있는 사람은 2명정도라고 하니 군대로 말하면 레인저 코스인 셈이다.

어떻게 해야 성공할수 있는가. 먼저 자신이 근무하는 사무실에서 선배들에게 인정을 받아야 한다. ‘인정’ 받지 못하면 제 아무리 똑똑해 봤자다. 처음에는 도서관에 가서 재판 기록, 참고 법률자료를 챙겨 오는등 자질구레한 일만 맡아 보고 법정은 구경도 못한다.

힘들어 죽겠는데도 아무도 일을 가르쳐 주지 않는다. 물속에 집어 놓고 혼자 헤엄쳐서 수영을 익히도록 내버려 두는 것이 불문율이다. 기자 세계나 비슷하다. 그 다음 어느 수준까지 스스로 헤엄쳐 오면 선배들이 손을 내밀어 이끌어 준다.


변호사 세계에서도 계급 비슷한 것이 있다. 올챙이 변호사는 Associate이라고 부른다. 7년 정도 지나 능력을 인정받으면 ‘주니어 파트너’로 불리운다. 그리고 나이 들어 변호사 사무실에서 맨 위로 올라 가면 ‘시니어 파트너’로 불리운다. 그러니까 변호사중에 ‘무슨 무슨 파트너’로 불리우는 사람은 일단은 성공한 사람이다.

LAW FIRM에서는 파트너가 되기 힘들어 한인변호사들은 좀 규모가 작은 변호사 사무실에 취직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변호사 사무실에서는 코리언 커뮤니티에 군침을 삼키기 때문에 한인변호사들이 고객만 데리고 오면 능력을 인정받으며 열심히만 하면 주니어 파트너가 될 수 있다. 그러나 한인사회에 커넥션이 별로 없고 한국어를 잘 못하는 2세들에게는 이것 또한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변호사 생활의 어려움을 간추려 표현하면 일류 FIRM에서는 코피 터지도록 일하면서 윗사람들에게 능력을 인정받아야 하고 2류 FIRM에서는 죽으나 사나 부지런히 한인 고객을 끌고 와야 유능한 변호사 소리를 듣는다.

변호사들중에 성격이 좀 괴퍅한 사람들이 있는 것은 이 직업이 인간성보다 능력을 더 중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성 좋은 변호사는 오히려 능력이 약한 쪽으로 취급받을수 있다. 인정받는다는 것-이것이 변호사 세계에서의 생존비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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