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친애하는 조지에게

2000-11-22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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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 시각

▶ (로버트 쉬어, LA타임스 칼럼)

당신의 최근 행동은 툭하면 마누엘 노리에가, 사담 후세인, 빌 클린턴을 핑계삼던 당신 아버지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당신이 아무리 카우보이 모자를 쓰고 하소연을 한다고 해도 당신은 불쌍한 희생자 역할을 하기에는 너무도 부잣집 아들이다. 당신의 상대편은 당신보다 전국적으로 많은 득표를 했다. 만약 당신과 고어가 입장이 바뀌었다면 당신도 현재 고어 진영에서 주장하는 것과 똑같은 주장을 했을 것이다.

어찌됐든 당신은 미합중국 차기 대통령이 될 것 같다. 당신은 대통령직을 수행하기가 사실 겁이 날 것이다. 대통령직이란 당신이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하루 4시간 일하고 난 뒤 빈둥거리고 놀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당신은 또 당신이 앞으로 이끌고 나가야 할 세계를 전혀 모르고 있다. 대통령직 수행은 당신의 예일대 시절처럼 최소한 C학점은 보장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국민들은 당신의 업적을 진지하게 평가할 것이다. 텍사스인들처럼 얼렁뚱땅 테이프 커팅이나 다니며 골프를 즐기는 지도자를 곱게 보아 넘기지는 않을 것이다.

짐 베이커 같은 당신 아버지가 보낸 노망들 나이의 조언자들이 도움이 될 리 없다. 딕 체니는 당신의 머리 위에 타고 앉으려 할 것이다. 대통령 출마는 재미있는 일이다. 그러나 모의 각의를 개최해 봤으니 대통령직 수행이 힘든 일이라는 사실을 당신도 이제 깨달았을 것이다. 당신이 모호한(fuzzy) 수치로 얼렁뚱땅 넘어가는 것을 언론은 간과하지 않을 것이다. 레이건처럼 메모 카드를 많이 갖고 다니는 것이 좋겠다.

당신의 기를 죽이려고 이 글을 쓰는 것은 아니다. 당신 전에도 무능했던 대통령은 많았다. 국민들이 유능한 대통령을 원했다면 고어를 뽑았을 것이 틀림없다. 미국민들은 과거 레이건과 당신 아버지가 미국을 통째로 일본인들에게 내줄 뻔했던 일을 다 잊었다. 당신이 명심해야 할 일은 당신이 내세웠던 부자들을 위한 세금삭감 혜택을 잊어버리라는 것이다. 당신은 텍사스 대통령이 아니라 미합중국 대통령이 되는 것이다. 당신을 밀어준 팻 로벗슨 등 극우세력의 말을 듣지 말고 중도의 길을 걸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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