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공화당 왜 주저하나

2000-11-22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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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스트릿저널 사설)

유권자들이 표를 던질 때는 지켜야 할 규칙이 있다. 두 후보 이름 사이 중간 지점에 x 마크를 하면 우리는 이름까지의 거리를 재 가까운 사람 표로 계산하지 않고 무효 처리해 버린다. 고어팀은 부시에게 유리한 부재자 투표봉투에 소인이 찍히지 않았다는 이유로 무효처리할 것을 주장했다. 고어측 주장은 편파적이긴 하지만 일리가 있다. 그런 규칙이 있는 것은 부재자 투표를 이용해 사기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3년전 마이애미 시장 선거가 부재자 투표 부정으로 뒤집힌 적이 있다.

그러나 규칙을 지키기로 한 이상 자기한테 유리할 때만 이를 고집해서는 안된다. 유권자들은 투표용지에 구멍을 뚫는 방식으로 자기 의사를 표시하기로 한 것은 사전에 정해진 규칙이다. 이제 와서 용지에 자국만 있으면 유효표로 처리해야 한다는 것은 억지다. 사람이 하는 일에 자로 재듯 딱 떨어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 데드라인을 넘긴 수검표 결과를 받아 들이지 않겠다는 캐더린 해리스 플로리다 주총무처 장관의 결정은 민주당 출신인 루이스 주 고등법원 판사까지 지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고어측은 대법원까지 케이스를 끌고 갔다. 지금까지 수검표 결과가 자기하게 불리하게 돌아가자 이제는 누른 흔적이 있는 표도 모두 검표하라고 우기고 있다.

모두 민주당이 지명한 판사로 구성돼 있는 플로리다 주대법원이 고어편을 들어 줘도 문제는 끝나지 않는다. 연방헌법은 선거인단 선출에 시비가 있을 때 주의회가 이를 결정할 권한을 주고 있다. 현재 플로리다 주의회는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다.

문제는 공화당이 이같은 권한을 행사하는 것을 꺼리고 있다는 점이다. 레이건 이후 아이디어 전쟁에서 진 민주당은 정치적 승리를 위해서는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다. 룰을 지키는 정치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민주당의 이같은 작태를 방관해서는 안된다. 민주당이 대통령 직까지 훔치는 것을 놔둬 가면서 정치를 바로 잡을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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