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코리안 부모들은 …”

2000-11-22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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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안 부모들은 교무실에 들러 인사를 하는 법이 없어요”

한 초등학교 사무직원들이 한인교장 K씨에게 털어놓는 섭섭함이다. 미국 부모들은 자녀의 학교에 가면 반드시 교무실에 들러 인사를 하는데, 한인들은 ‘하이’도 안한다는 것이다. 표현은 안해도 직원들 눈에 한인들은 너무 예의없는 사람들로 비친것 같다고 K씨는 말했다.

하지만 한인부모들의 말을 들어보면 사정은 전혀 다르다. “바쁜데 방해될까봐” 교무실에 들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이민1세 부모로서는 ‘하이’ 한마디 하고 나면 더 할말도 없어 쑥스러운 면도 없지 않다. 어쨋든 나름대로 배려를 해서한 행동이 엉뚱한 오해를 불러일으켰다.


한인들은 자녀교육에 열심이고 교사를 존중한다는 점에서 대개 교사들에게 ‘모범학부모’로 환영을 받는다. 그러나 문화나 관습의 차이로 이따금 오해가 생기기도 한다.

위의 경우가 (교무실을) 찾아가지 않아서 생기는 오해라면 너무 불쑥불쑥 찾아가서 생기는 오해도 있다. 한인들이 예약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것과 상관이 있는 일이다. 어느 교사의 말이다.

“한인부모 중에는 틈나면 불쑥 담임선생님을 찾아오는 분들이 있어요. 평소 자주 찾지 못해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가 어느날 시간이 나면 그냥 학교로 오는 것이지요. 대개 점심이나 간식을 사가지고 오는데, 교사에 따라서는 그런 방문을 불쾌하게 생각하기도 해요”

사전약속 없이 학부모가 교실을 기웃거리거나 뒤에서 수업을 지켜보면 교사는 “내가 잘하나 못하나 평가하러 온것 아닌가”하는 오해를 할수도 있다는 것이다. 교사면담이나 수업참관을 원하면 미리 교사와 시간약속을 하고, 학교에 가서는 먼저 교무실에 들러 방문증을 받고 교실에 가는 것이 순서이다.

한편 교사들이 보기에 한인부모들이 일반 미국부모들과 가장 대조적인 것은 학생이 뭔가 잘못했을 때의 태도. 한인학생이 많은 한 초등학교 미국인 교사의 관찰이다.

“학생이 숙제를 안해왔거나 성적이 떨어져서 부모에게 알리면 미국부모들은 일단 자녀를 감쌉니다. 아이가 몸이 아팠다든지, 집안에 일이 생겨서 아이가 공부를 할수 없었다든지 이유를 댑니다. 그런데 한인부모들은 정반대예요. 내가 따끔하게 야단치겠다, 더 공부시키겠다고 합니다. 너무 지나쳐서 말꺼낸 교사가 민망할 때도 있어요”

아울러 한인부모들이 종종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것은 교사와 대화를 나누면서 시선을 딴데 두는 것. 눈을 마주보며 이야기하지 않으면 상대방은 “이 사람이 내게 상당히 불만이 있구나”하는 오해를 할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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