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자녀농사의 추수감사절은 언제일까

2000-11-22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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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혜선<한인청소년회관 학부모교실 담당>

추수감사절이 다가왔다. 농작물의 추수는 이처럼 어느 시기가 있어 수확을 하면서 금년 농사는 풍년인지 흉년인지 판가름을 할수 있다. 이전 한국의 부모들은 자녀양육을 자식 농사로 표현하곤 했다. 농작물을 재배하고 가꾸는데 많은 정성과 손길이 들어가는 것처럼 자녀 역시 부모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인 것이다. 하지만 일년 내로 수확을 할수 있는 농사와는 달리 자녀양육은 기나긴 여정이다. 과연 언제쯤이면 자녀양육을 성공적으로 마쳤는지 여부를 알수 있는 것일까.

학부모교실에서 부모들은 공감이 가는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대학교만 들어가면 부모 역할을 마칠 줄 알았는데, 혹은 자녀가 학교 공부를 다 마치고 직장을 얻거나 결혼을 하여 가정을 꾸미면 추수의 시기가 되지 않을까 등의 의견이다. 그러나 자녀가 장성하여 가정을 가지고 현재 부모들은 조부모가 된다고 하더라도 계속 이어지는 것이 자녀양육이다. 왜냐하면 추수의 시기란, 자식농사를 잘 지었나 못 지었나를 판가름하는 시기는 딱 일정하게 선을 그어 말하기 어렵기 때문인 것이다.

며칠전 한국에서 대입시험을 치르던 날 수험장 바깥에서 두손 모아 기도하는 부모들의 모습이 연례 행사처럼 보도되었다. 고등학생인 자녀가 대학생이 되었다고 부모의 역할이 끝나는 것이 아니다. 대학시험 다음에는 취직시험이 기다리고 있듯 계속적으로 연결되는 단계의 하나인 것이다. 이처럼 기나긴 자식 농사의 과정은 마라톤 경주 같은 장거리이다. 하지만 부모들은 부모이기 때문에 마음이 조급하다.


학업 성적이 흔들릴 때, 친구관계에 문제가 있을 때, 학교에서 무단 결석통지서를 받을 때 부모들의 마음은 달음박질을 하게된다. 자녀를 불러다 놓고 이제 이런 일을 다시 할건지 안 할건지 다짐을 받기에 급급해진다. 또 한번만 이런 일을 하면 그때는 가만히 두지 않겠다는 말뿐인 협박도 하기 마련이다. 부모들이 자녀문제를 다룰 때 빠른 시일 안에 해결 방안을 찾고 같이 해결하고자 노력해야 하지만 그 방법에 있어서 앞에 언급한 식의 조급한 마음만 가진다면 결국은 많은 경우 악순환으로 빠져들고 만다.

부모의 잔소리가 귀찮은 자녀들은 짧게 다짐을 해준다. 알았다고, 이제는 안 하겠다고. 자녀가 약속을 했기 때문에 부모들은 이제는 정신 차리고 같은 행동을 안 하려니 하고 방치하게 되지 않을까. 그 후에 같은 행동이 반복되면 부모들은 비슷한 방식을 취한다. 대체 이런 일이 몇 번째냐고. 저번에 약속해놓고 왜 안 지키느냐고. 한번만 기회를 더 줄 터이니 이번에 잘못하면 다시는 안 봐준다고. 문제 해결과는 점점 멀어지는 악순환의 되풀이 내지는 말싸움의 연속이 되는 것이다. 문제 행동에 따라오는 결과를 단기적이 아닌 장기적으로 보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다.

자식농사를 추수할 때 장기적인 계획과 결과를 인식하여 감정적이거나 조급한 다짐받기보다는 근원적인 대책 마련과 적극적인 참여와 지지가 필요함을 추수감사절을 맞아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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