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왜 그렇게 살까?"

2000-11-21 (화)
크게 작게

▶ 그게 이렇습니다

▶ 크리스 포오먼 칼럼

미국으로 이주하는 한국사람들 수가 해마다 늘어난다고 한다. 한국이 점점 잘 사는 나라로 발전하는데도 미국 이민을 원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는 사실이 이해가 되지 않아 늘 그 이유가 궁금하였다.

내가 아는 한국사람들 중에 한국에서 살면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는 형편인데도 이곳에서 힘들게 사는 사람들이 있다. 한국에서 전문인이었던 사람이 이곳에 와서 작은 가게를 운영하면서 하루에 16시간을 일하는 사람, 여행와서 한국으로 돌아가지 않는 사람들, 영주권 때문에 직장도 제대로 잡지 못하고 살 곳도 마땅치 않아 이곳 저곳으로 옮겨다니면서 불안해하면서 쫓기듯 사는 사람들.

위험과 불편을 무릅쓰고 미국에 정착하려는 이유가 궁금하다. 무슨 이유일까. 미국의 무엇이 많은 사람들의 발길을 이곳으로 향하게 하는 것일까?
내가 아는 한인부부는 40세가 넘어 미국으로 이민왔다. 남편은 군인 중령이었고 부인은 고등학교 교사로서 한국에서 편안한 은퇴생활이 약속되어있는데, 그들은 가진 재산을 모두 정리하여 미국으로 두 딸과 함께 이민왔다. 작은 가게의 주인이 되어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가게에서 일한다. 미국에 온지가 3년이 되었지만 그들은 하루도 쉬어 본적이 없다 한다. 왜 그렇게 사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 왜 편안하고 예측할 수 있는 생활을 버리고 낯선 땅에 와서 힘들게 사는지 아무리 생각하여도 이해가 안 된다. 열심히 일하면서 사는 것은 존경스럽지만 "왜 그렇게 살까" 하는 질문에 대답을 찾지 못한다.


특히 남편되는 사람이 영어를 배우기 위해 땀을 흘리며 노력하는 것을 볼 때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마흔 다섯살의 나이는 영어를 배우기에 너무 늦은 것일까? 영어를 배우려고 노력하는데도 내가 간단한 영어로 인사를 하면 그는 어리둥절해하면서 자기 아내의 통역을 기다리는 눈치이다. 이처럼 고생하면서 이곳에서 살면서 얻는 게 무엇일까 하는 생각이 저절로 난다.

한국에서 그가 육군 중령으로 있었을 때 나는 그를 만나 본적이 있다. 자신 만만하고 권위 있었던 장교의 모습을 현재의 그의 모습에서 보기가 힘들다. 만원인 영어반에서 영어 알파벳도 모르는 외국 사람들 틈에 끼어 선생이 묻는 간단한 말에도 당황하고 자신이 없어 하는 그의 모습을 상상하면 참으로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그의 열심과 용기는 존경스럽지만 "왜 그렇게 살까" 하는 의문에 나는 마땅한 대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미국에 여행와서 한국으로 돌아가지 않는 그의 조카들도 이해가 안 된다. 여자조카는 집안 일을 도우며 밖에 나가는 것조차 꺼려하면서 세상과 차단된 생활을 하고 있다. 여행비자가 만기되어 INS로부터 조사 당할까봐 심리적인 고통까지 겪으면서 살고 있다한다. 남자 조카는 한국인이 경영하는 식당에서 일한다. 어떨 때는 임금도 제대로 받지 못한다한다. 영주권을 받게 하여준다는 변호사에게 현금으로 5,000달러를 주었는데 그것은 사기였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신분이 탄로 날까봐서 법에 호소도 하지 못하고, 두려워하면서 살고 있다. 왜 이러한 위기를 겪으면서까지 미국에 정착하려는 것일까? 그들의 젊은 패기는 존경하지만 그들의 모험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왜 그렇게 살까?" 하고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이해 못한 이유를 좀더 깊이 생각하여 보면 이해가 된다. 이민 3세로서 조부모의 이민경험이 나의 기억에서 희미하여져 이민자들의 꿈을 잊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이하게 살고 싶은 사람들은 고향을 떠나지 않는다. 오래 전에도 지금도 안일한 삶을 추구하고 있는 사람들은 독일에, 이탈리아에, 영국에, 인디아에, 또는 한국에 남아있다. "왜 떠날까?" 하고 이민 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남아 있는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과 같이, "왜 그렇게 살까?" 하는 질문은 이민생활을 직접 경험하지 못한 후세들의 질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민온 한국사람과 한국에 살고 있는 한국사람들과 이질감을 느끼는 것도 이와 비슷한 문화차이 일 것이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