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정치인과 대중가수

2000-11-21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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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노형<대한증권부사장>

몇 년전 연말에 서울에서 나훈아 디너쇼에 초대받아 간적이 있다. 그 자리에서 그가 자기의 인생 고백을 했다. 가수가 되면 돈을 많이 벌 것 같았고 돈을 많이 벌기 위해서라도 인기를 유지하려고 젊어서 몸부림을 쳤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 생각하여 보니 대중가수라는 것이 돈을 벌어먹고 사는 직업이 아니라 팬들의 관심과 사랑 그리고 박수를 먹고사는 직업이라는 것을 늦게 알았다는 것이다.

자민련 명예총재인 김 종필씨가 수년전 정치해금이 풀린 직후 정치재개를 준비하기 위하여 일본을 방문하였다고 한다. 일본 현직 정치인들의 의견도 청취하고 한 수를 배우기 위하여 서였다. 지인 중의 한 친구가 김씨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였다. “우리 정치인들은 인기가 있어야 되네. 연예인처럼 말일세” 그때 김씨는 내심 불쾌했다고 한다. 그후 국회의원 선거철이 왔다. 최측근이라고 하는 머리가 허연 중량급인사들을 공천하였다. 결과는 모조리 떨어졌다. 그때 그는 무릎을 탁치며 일본 친구의 말을 떠올렸다. 역시 대중정치는 인기가 있어야돼. 그래서 그후부터는 인기 연예인들을 대거 입당시켰다고 한다.

대중 가수나 대중 정치인들은 대중, 국민으로부터 인기가 있어야 한다. 대중의 인기를 얻어내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국민의 여론을 주시하여 한다. 특히, 국민의 여론이 선거로 표출/집계될 때는 더욱 더 그렇다.


지난 7일 대통령선거가 끝났다. 그러나 아직 누가 대통령인지 모르는 상황이 역사상 처음으로 발생하였다. 투표결과는 조만간 발표될 것이다. 양당 모두 승복하여야한다. 만일 양당 중 어느 하나가 승복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면 국민의 여론을 읽어야 한다. 그리고 반드시 따라야 한다. 개인의 대권에 대한 욕심을 떠나 정당의 정치 생명력이 그래야 유지된다.

정치권의 불확실성과 양당의 소송사태, 더 나아가 나라 전체에 정치적 위기가 몰아 닥치면서 금융시장이 혼란을 거듭하고 있다. 주요 경제지표가 없는 상황에서 대통령선거 이후 나스닥 지수가 무려 11%나 하락하였다.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진다는 격이다. 더 나아가 양당은 소송을 준비하고 마지막 선거자금을 모으기 위하여 기업이나 개인들에게 마구잡이로 손을 벌이고 있다. 특히, 민주당은 변호사가 무려 500명이 필요하다고 모집공고까지 하고 있다. 500명의 변호사 중 선거결과 발표 이후 주가하락에 대한 일반투자가들의 소송에 대비한 변호사도 아마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통계적으로 보면 주식시장의 외부적인 요인 즉, 전쟁, 선거결과, 천재지변에 의해서 하락한 주가는 빠른 시일내에 회복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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