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누구도 양보할수 없는 대선

2000-11-18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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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폴 지고, 월스트릿저널 기고)

“상대방이 칼을 빼면 너도 총을 꺼내고 상대방이 우리편에게 부상을 입히면 너는 상대방을 쏴 죽인다. 그게 바로 시카고식 싸움이다.”

영화 ‘언터처블’에서 션 코너리가 케빈 코스트너에게 들려준 말이다. 앨 고어는 알 카포네는 아니지만 빌 데일리와 제시 잭슨이라는 시카고 출신 정치인에 둘러 싸인 그는 지금 시카고 식으로 대선 시비를 해결하려 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부시도 이제는 코너리식으로 가는 수밖에 없다. 그렇게 하지 않을 경우 민주당 위주의 검표원이 어떻게 해서든 고어표를 더 찾아내 그에게 승리를 안겨줄 것이기 때문이다.


‘두 후보 모두 문제가 있다’는 주장은 일부 투표자의 실수를 표결권 박탈로 몰아 부치면서 먼저 시비를 건 고어 진영을 사실상 돕는 일이다. 양보하는 사람이 진정한 승자란 주장도 이제 와선 의미가 없다. 갖은 수를 써서라도 이기는 것이 장땡이란 것을 확인시켜 주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제는 어느 한쪽이 죽을 때까지 싸우는 정치적 결투가 남았을 뿐이다. 양쪽 모두 자기가 유리한 플로리다 공권력을 이용해 승리를 차지하려고 안간힘을 쓰는 것도 그 때문이다. 수검표원들이 표만 충분히 찾아 내면 고어가 이긴다. 민주당이 수검표에 반대한 민주당 출신 로버트 리 판사에게 압력을 넣어 입장을 번복케 한 것도 그래서다. 그가 거절할수 없는 어떤 약속을 했을지도 모른다. 데이드 카운티도 수검표 쪽으로 기울고 있다. 브로워드 카운티는 2만표를 수검표한 결과 고작 8표의 고어표를 발견했다. 이 비율로 가면 고어는 232표를 더 얻는데 그친다. 민주당 쪽에서 볼 때 데이드 카운티의 65만표가 필요한 것이다.

캐더린 해리스 플로리다 주총무처 장관은 수검표를 받아 들이지 않겠다고 했다가 편파적 판정을 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민주당 수검표원이 공정하다는 것은 어떻게 보장할수 있는가.

고어는 이번 주말 플로리다가 최종 집계 결과를 발표하면 자기가 궁지에 몰린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가 플로리다 주대법원의 판결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대법원 판사 7명은 민주당이 지명한 인물이다. 그럼에도 주대법이 해리스 총무처 장관의 결정을 뒤집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이번 결정이 자의적임을 입증해야 하기 때문이다. 민주당 주선관위원인 밥 크로포드도 해리스의 결정을 지지하고 있다.

주대법이 민주당 편을 들 경우 공화당이 택할수 있는 방법중 하나는 주의회에 호소하는 것이다. 연방법은 주의회가 그 주의 선거인단을 최종적으로 고를 권한을 주고 있다. 주하원은 77대 43, 주상원은 21대 15로 공화당이 우세하다. 주행정부와 대법원간에 의견이 다를 때는 주희외에게 최종 결정권이 있다. 그렇게 되면 부시가 이긴다.

거기서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연방대법원까지 올라가는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된다면 누구도 승리를 장담할수 없다. 고어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기려 할 것이다. 부시도 그럴 것인지 두고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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