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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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개표는 안된다

2000-11-18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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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찰스 크라우트해머·워싱턴포스트)

플로리다주를 비롯해 많은 주들이 개표를 기계로 하기로 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 빠르고 효율적이라는 것만이 이유가 아니다. 다른, 보다 중요한 이유가 있다. 개표의 공정성 때문이다. 기계도 물론 실수를 저지른다. 그 실수는 그러나 우연의 실수다. 저의를 품었다든지 특정인에게 유리하게 하기 위한 고의성 오류란 기계 개표에서는 있을 수 없다.

의심할 바도 없이 그 수많은 대통령선거 투표 중에는 이중으로 펀치를 했다든지, 제대로 펀치가 안됐다든지 잘못된 표가 상당히 많을 것이다. 그러나 기계는 이같은 오류를 아주 공정한 입장에서 읽어내고 무효표로 처리한다. 수개표의 경우는 이같은 처리를 기대할 수 없다. 인간의 판단, 편견이 껴들어 자의적으로 처리될 수 있는 것이다.

기계 개표를 위해 만들어진 투표는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기계가 해독하도록 고안돼 있다. 인간이 해독하도록 돼있는 게 아니다. 인간이 해독을 해 판정을 내리려 할 경우 팜비치카운티 재개표에서와 마찬가지로 독단적이거나 아주 이상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이같이 기계 개표를 위해 고안된 투표용지를 수작업으로 재개표할 경우 아무리 중립적이고 공정성을 기한다고 해도 그 결과는 잘못될 수 있는 것이다. 거기다가 플로리다주 일부 카운티에서의 수개표 작업은 민주당에 의한 수개표일 뿐이다. 팜비치카운티와 브로워드카운티는 절대적 민주당 우세지역으로 이 지역 유권자들은 각각 20대1 및 50대1이라는 만장일치에 가까운 고어 지지율을 보였다.

이런 민주당 절대 우세지역에서 수개표를 해 무효표를 살릴 때 그 결과는 너무 뻔하다. 고어 지지표밖에 나올 게 없는 것이다. 그러면 플로리다주 같은 주에서 승자를 가려내는 가장 공정한 개표방법은 무엇일까. 기계 개표다. 재개표도 역시 기계로 해야 한다. 기계의 오류는 결코 편향적이 아니기 때문이다.

고어는 플로리다주 전체에서 수개표 방식으로 재개표를 할 것을 선택사항으로 제시했다. 수작업으로 전체적인 재개표를 할 경우 부정이나 사기가 끼여들 소지가 오히려 더 많다. 엄청난 인력을 동원해야 하는데 그 인력을 감독할 방법도 문제다. 또 수작업으로 전 주에 걸쳐 재개표를 할 경우 이는 언제 끝날지 예측을 할 수 없어 그 결과 정치적 불안만 가중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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