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상조회기금파동 유야무야해선 안된다

2000-11-17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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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설

또 돈 문제로 탈이 났다. 이번에는 상조회 기금파동이다. LA 한국노인회 소속 노인 공조회가 몇 개월째 계속 상조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LA한국노인회 뿐만이 아니라 다른 몇몇 상조회도 비슷한 사정에 몰려 있는데 있다. 오렌지 카운티내 최대 노인 상조회인 일심회는 임원진의 기금 유용사건에 휘말려 말썽을 빚고 있다. 또 기금관리를 둘러싸고 끊이지않고 잡음이 들려오고 있는 상조회가 한둘이 아니어서 파문의 확산이 우려되고 있다.

상조회는 회원 상호간 서로 도움을 주는 회원제 단체로 회원수가 1,000명 이상인 대형 상조회만 줄잡아 10개 안팎에 이른다. 상조회는 서로 내규상의 차이는 있으나 대부분의 경우 회원들이 10달러 정도의 월회비를 내고 2년이상 회비를 낸 회원이 사망했을 때는 일정 액의 목돈을 유가족에게 지급하는 형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같이 일종의 계형식으로 운영되는 상조회가 급격히 늘어나기 시작한 때는 본격적 이민증가와 함께 타운내 노인인구 역시 급증세를 보일 때 부터로 현재는 대형 교회는 물론이고 노인단체 마다 부설기관 형식으로 상조회를 운영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같이 노인회마다 상조회가 생기다 보니까 회원수 늘리기에 급급한 방식의 몸불리기 경쟁이 벌어져 이와 함께 적지않은 잡음도 뒤따랐던 게 사실이다. 수년전 큰 물의를 일으켰던 K회 내분등도 따지고 보면 상조회 기금관리를 둘러싼 임원진간의 갈등이 그 원인이었다. 이때부터 상조회 기금관리 부실은 일면 예견되어 왔다.


상조회를 둘러싼 불상사는 주먹구구식 운영과 불투명한 기금관리에서 주로 비롯되고 있다. LA한인노인회 공조회의 경우만 해도 그렇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비축금없이 그때 그때 회원들이 내는 회비로만 상조금을 지급해 왔는데 회관경매 파동이후 회원수가 줄고 또 회비 체납자가 많아 상조금을 지급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잘 납득이 가지 않는 이야기다. 한 때 타운내 최대의 회원수를 과시하던 LA한인 노인회가 그동안 비축금도 없이 하루살이 식으로 상조회를 운영해 왔다는 부문이 석연치 않게 들려서다.

돈관리에 최우선적으로 요구되는 것은 투명성이다. 공적 기금일 경우는 더 말 할 나위도 없다. 한 푼이라도 사용처가 불분명해서는 안된다. 노인들이 매달 적립해 조성한 상조회 기금에는 특히 각별한 뜻이 담겨 있다. 아껴서 한푼이라도 남겨주려는 어버이의 애틋한 자식사랑이 담긴 기금이다. 이같은 기금을 주먹구구식 관리에다가, 부투명한 운영으로 날리는 사태는 용납될 수 없다. 상조회 기금파동은 결코 유야무야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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