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교회협은 다시 태어나야 한다
2000-11-17 (금)
이민사회에서 교회는 단순한 신앙의 장소가 아니다. 타향살이의 어려움을 함께 나누는 상조회, 이웃을 사귈 수 있는 친목회, 각종 정보를 주고받는 안내센터 등 다양한 기능을 하고 있다. 미주 한인의 70%가 교회에 다닌다는 통계는 미주 한인사회에서 교회의 영향력이 얼마나 큰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따라서 이민교회를 이끌고 있는 성직자의 책임은 누구보다 무겁다. 우선 사생활에서 모범을 보여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교회 행정이나 협회 일을 처리할 때 어떤 일반사회 단체보다 공정하고 깨끗해야 한다. 그러나 최근 남가주 기독교교회협의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사태는 일부 목사들의 자질을 의심케 한다. 한인 목사 자질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새로운 얘기는 아니다. 남가주 한인교회 숫자가 1,000개가 넘어서면서 소명의식을 갖고 성직을 택하기 보다 이것저것 해보다 안되면 ‘목사나 하자’는 식으로 뛰어드는 어중이떠중이까지 생겨났다. ‘교회 비즈니스’니 ‘밑천 안 들고 세금 안 내는 장사는 교회밖에 없다’는 얘기가 나돈 지 오래다.
이번 기독교 교회협의 분란은 전직 회장이 후임자에게 협회 재정을 제대로 인계하지 못한 게 발단이다. 신임회장이 전회장에게 협회비 지출 내역과 증빙서류를 요구하니까 전회장은 새회장의 회장 자격에 시비를 걸면서 인계를 거부했다. 후임자가 전회장을 공금유용 혐의로 사법당국에 고발하자 전회장은 명예훼손을 이유로 후임자를 제소하겠다고 나왔으며 후임자는 전회장을 제명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한인들이 운영하는 단체의 가장 큰 취약점은 돈 처리가 매끄럽지 못하다는 점이다. 이 단체 저 단체를 막론하고 공금유용 시비가 끊이지 않는다. 교회협 분란의 근본 원인도 공금을 쓰면서 개인 돈 쓰듯 적절한 집행절차나 감사 없이 흐지부지 해버린 데 있다. 기금중 상당 부분을 터키와 대만 지진복구를 돕는데 쓴 것을 놓고 교회협이 적십자사도 아닌데 세계 각국 구호사업까지 손을 대야 하느냐 하는 비판도 많다.
교회협은 명목적으로는 남가주 한인 교회를 대표하는 단체다. 교회협의 분규는 일차적으로 당사자들 잘못이지만 나머지 목사들도 책임의 일단을 면하기 힘들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를 때까지 어째서 수수방관 해왔는지 이해할 수 없다. 교회는 세상의 등불이요 소금이다. 등불이 빛을 잃거나 소금이 짜지 않으면 골방에 처박히거나 땅에 떨어져 짓밟히게 된다. 교회협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한인사회의 존경을 받는 단체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