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주간 LA에서 두차례에 걸쳐 있었던 한국의 강원·경기도 외자유치 설명회에 다녀왔다. IMF경제위기후 DJ 정부가 들어서서부터 외국자본 유치에 관한한 큰 장애물로 작용해 왔던 외자도입법 및 외환관리법이 개정되었고, 정부의 적극적 외자유치 의지에 따라 그간 많은 외자가 유입되어 일견 한국에 많은 투자가 이루어진 것 같이 보여진다. 그러나 이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생산성 산업과 기간산업등 고용창출 및 국가의 장기적 경제부흥에 기여할만한 외자보다는 단기적 투자수익을 노리는, 소위 핫머니와 대기업의 위기로부터의 임시변통을 위한 단기 상환차입식 외자가 그 대부분이다.
각 지방정부가 다투어 외국에 나와 설명회를 개최하는 것은 매우 고무적이며 많이 달라진 모습이기는 하지만 설명회의 수준은 지난 3년동안 달라진게 없는 것 같아 실망스러웠다. 마치 전쟁터에 어떤 무기를 들고 어떻게 싸워야 될지, 적이 누구인지도 모르고 전쟁에 나선 병사처럼 보여서 안타까운 마음 금할 수 없었다.
프로젝트 설명을 위해 준비해온 자료들(팜플렛, CD)은 근사하게 만들어졌으나,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프로젝트의 주인이 누구인지 외국자본이 들어와서 어떻게 하라는 것인지 왜 정부공무원들이 나서서 설명회를 하고 있는지가 모호해서 그 진상을 파악하는데 설명회에서 배정받은 시간을 거의 할애해야만 했다.
프로젝트 자체를 완벽하게 탄생시켜놓고 상품으로 들고나와 그것을 살사람을 구해야 하는것인데, 프로젝트의 개요만있을 뿐 사업성 분석 및 공사의 타당성 조사서가 없는 것이다. 이는 가장 기본적 요건으로, 하기는 사업주가 없으니 그게 있을리 만무하다. 마치 얼굴없는 처녀가 시집가겠다고 신랑감을 찾고 있으니 도와주자는 격이다.
무한경쟁의 전세계 국가들에는 우리 것보다 더 좋은 투자여건의 프로젝트들이 널려있는게 국제적 현실이다. 그들과의 경쟁에서 이기려면 국제자본사회의 감각과 실제를 익혀서 그들이 무엇을 요구하고 있는가를 먼저 알아야 될것이다.
설명회의 결론은, 투자자나 돈 빌려주는 측에서 우리나라에 들어와 자기들 스스로 돈들여서 사업계획, 분석들을 해보고 될것같으면 하라는 식의 외자유치 세일즈인바, 그렇게 해서는 백년하청, 아마도 1건도 성사되기 어려울 것이다. 설명회를 위한 준비와 출장기간 소요되는 경비등으로 정부예산만 허비하는 결과가 될 것이다.
그리고 내가 과거 약 8년동안 한국쪽과 이런 일로 겪은 경험에 의하면 아직도 한국의 공무원사회는 공무원 개개인이 자기의 직책을 걸고 좋은 프로젝트를 성사시켜야겠다는 책임의식이 결여된 것처럼 보이며 잘못 손댔다가 다치면 나만 손해아니냐는 무사안일에서 안주하고 있다.
한국정부의 외자유치 방안에 관한 전면적 검토와 시정을 충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