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나만 옳다는 고집

2000-11-17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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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석<정신과전문의>

요즘 중동 예루살렘에서는 유대인과 아랍인들이 계속 살생 투쟁을 하고 있다. 이는 유대교와 이슬람교의 종교전쟁이다. 예루살렘은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 등 세 종교의 성지로 그동안 잘 공존해 왔다. 세계 역사가들이 세계 제 3차 전쟁은 아마도 중동에서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전쟁의 가능성이 소련 공산주의의 멸망과 함께 적어지기는 했으나 그래도 은근히 걱정이 된다. 왜냐하면 21세기는 마치 종교전쟁의 세기가 될 것 같은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종교 이름으로 사람을 죽이고, 종교 이름으로 남을 죽이기 위하여 자기 자신을 희생하는 것을 보면 소름이 끼친다.

터키의 수도인 이스탄불에 가면 소피라고 하는 사원이 있다. 내부에 들어가 보면 웅장한데 벽과 천장, 그리고 내부장식이 전부 이슬람교의 것으로 꽉 차 있다. 터키가 현재 회교국가이니까 이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안내원 말에 의하면 현재 그림들을 베껴내면 몇 세기 전에 터키를 지배했던 기독교의 벽화들이 나오고 그 것을 또 벗기고 보면 희랍 정통교의 그림이 나온다는 것이다. 이렇게 종교라는 것이 결국 어떤 옷을 입히느냐에 달렸는데 왜 사람들은 종교의 이름으로 싸우고 살생을 하는 것일까?
그것은 자기 것만이 옳고 그러니 자기 것만을 믿으라고 강요하는 데에 있다.


또 지구의 다른 한 구석에서는 종족전쟁이 쉬지 않는다. 결국 이것은 자기와 생김새가 다르다는 이유로 그리고 자기와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로 남을 경계하고 배척하는 것이다. 동물들은 이러한 본능으로 자기 자신들을 보호한다.

그러면 사람들도 동물처럼 행동해야 될까? 물론 사람들도 동물적 본능을 다 가지고 있지만 이것을 순화시키고 승화시키는 것이 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이다.

이런 집단적인 종족과 종교를 떠나서 개인과 개인의 관계로 살펴볼 수 있다. 왜냐하면 우리 주위에는 자기 생각만이 옳다고 주장하면서 이에 동의하지 않거나 반대하는 사람들을 비난하고 배척하고 헐뜯고 보복하려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이것은 본능이 아니라 성격적이며 심리적인 문제이다. 즉, 정신적 물질적인 이해관계에 그 원인이 있다.

정신심리적인 측면은 자기의 면목, 자존심, 잘난 맛 등을 지키고 살리려는 데에 있으며 이는 다분히 중독성이 있다. 물질적인 이해는 언급할 필요가 없다. 이런 갈등들이 없다면 이 세상은 유토피아가 될 수 있고 만인이 화목하고 즐겁게 살 수 있을 것이다.

불교 경전에 보면 제상무상(諸相無常) 제법무아(諸法無我)라는 말이 있다. 즉, 이 세상에는 영원불멸한 것이 없다는 것과 내 생각만이 옳다고 내세울 것이 없다는 것이다. 이 말은 진리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영원히 자기 것은 변하지 않을 것처럼, 그리고 자기 생각만이 옳은 것처럼 행동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의 권리를 침범하고 갈등을 일으키는 것이다.

사람들이 가만히 앉아서 제상무상 제법무아를 생각해 보면 숙연해지고 마음이 가라앉을 것이고 인생관과 세계관이 훨씬 넓고 여유있게 될 것이다.

다행히 세상에는 이런 태도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데 자기의 정신적 물질적 이익만을 위해 이런 사람들을 더 악용, 배반 착취하려는 사람들도 있다. 이런 사람들이야말로 부처님의 이 말씀을 다시 한 번 되새겨 보고 끝이 있는 인생을 곱게 사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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