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LA교계에 지진

2000-11-17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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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이야기, 저런이야기

“본 남가주기독교 교회협의회는 지난해 주최했던 윤석전목사님 초청부흥회서 성도 여러분이 협의회 회관 건축기금으로 드리신 헌금이 본 협의회에 입금되지 않았고…”

“그헌금은 20여명이 작정한 11만7천불과 나흘간의 집회에서 걸친 액수미상의 헌금을 합해 약15만불이 될것으로 추산됩니다. 여러분이 하나님앞에 드리신 이 헌금은 반드시 회수되어야 합니다”

오늘(11월 16일) 본보광고란에는 참으로 희귀(?)한 광고가 대문짝만하게 실렸다. 그것도 광고를 낸 단체가 다름아닌 ‘남가주기독교 교회협의회 회장단 일동’으로 되어 있으니 독자들이 놀랄수 밖에 없다. 교회협의회가 전임회장인 Y목사의 비리를 캐겠다는 내용이다. “이거 도대체 어떻게 되어가는 겁니까”라는 독자문의가 사방에서 쏟아져 들어온다.


“말도 안되는 이야기입니다. 선생님끼리 싸우면서 학생들에게 누가 잘못했는지 가려달라고 호소하는 격입니다. 남가주 1천여 교회가 회원으로 가입되어있는 단체에서 이런 내분이 생기다니 망신중의 망신입니다.”

“지금 사태를 목사들끼리 싸우는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싸우는 것이 아닙니다. 곪고 곪은 부조리를 파헤쳐 이번 기회에 남가주기독교 교회협의회가 새로 태어나자는 겁니다.”

독자전화도 각양각색이다. 전회장 Y목사를 잘아는 목사들은 “그사람이 돈을 떼어 먹은 것 같지는 않고 공금을 흥청흥청 쓴것 같다”라고 말하면서 “다른 목사들과 일을 나누어서 하지않고 재임기간동안 너무 혼자서 열심히 한것이 오늘의 비극을 불러왔다”라고 표현하고 있다.

그러나 Y목사를 규탄하고 있는 신임 교회협의회회장 K목사는 “이번 문제는 누군가 손을 대야 하는데 어떤 목사들은 Y목사와 타협하라고 그러지만 이건 타협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하고 있다. 격분한 신자들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이에대해 당사자인 Y목사(전회장)는 “어차피 터질 것이 터졌다. 회장선거 보복이다”라고 말하고 있으니 제3자들이 헷갈릴 수 밖에 없다.
만약 이번 사건이 검찰에 정식고발되어 수사를 받게 되는 날에는 커뮤니티의 망신이다. 판사가 목사들의 잘잘못을 가리는 희극적인 장면이 등장할 것이기 때문이다. 신앙인들이 신앙적인 심판을 받는것이 아니라 도덕적인 심판을 받게되니 말이다.

원로목사들은 다 어디로 갔는가. 이번 사태의 포인트는 중재자가 없다는데 있다. 아무도 중재하려 하지 않는다. 누가 감옥엘 가더라도 곪은 상처를 터트려 수술할것은 수술해야 된다는 메시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남가주 기독교계에 지진이 일어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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