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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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시대에 100년전 투표방식

2000-11-16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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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 시각

▶ 존 스틸 고든<월스트릿저널 기고>

미국인들은 지구상에서 가장 테크놀로지가 발달된 나라의 지도자를 뽑으면서 100년전, 심하게는 200년전의 원시적 테크놀로지로 투표를 한다. 지금도 몇몇 지역에서 쓰고 있는 종이 투표용지는 조지 워싱턴을 선출할 때 쓰던 방법이다. 1890년대에 기계를 이용한 투표방법이 개발되고 그것이 1920년대에 옛날 투표방식을 대체하며 널리 퍼졌는데 지금까지 그 방식이 고수되어 오고 있다.

1920년대 중반이후 75년동안 찰스 린드버그가 대서양을 횡단하던 세상에서 보이저 ll 가 태양계를 횡단하는 세상으로 바뀌었고 모델A자동차에서 스포츠 유틸리티로 바뀌었다. 그런데도 여전히 우리는 무게가 800파운드나 나가는 대형냉장고 크기의 기계를 사용해 투표를 하고 투표자격은 사람들이 일일이 등록유권자 명부를 들여다보면서 확인하며, 투표 결과는 손으로 중앙 집계소로 들고가고, 그 다음에야 뉴스 미디어를 통해 결과가 발표된다.

왜 이런 상황인가. 대답은 간단하다. 경쟁적 자본주의가 혁신을 불가피하게 하듯 독점주의는 그것을 못하게 한다. 선거관장당국이 현상태에 만족한다는 것이다. 아주 일부 지역이 투표방식을 컴퓨터화했을 뿐이다.


하지만 현대적 투표시스템을 운영할 테크놀로지는 이미 개발돼있고 언제든지 쓸수 있다. 누구에게나 친숙하고 충분히 안전하다. 그러니 은행들이 하루에도 수백만달러씩 내주는 것이 아닌가. 바로 ATM이다.

유권자들이 투표일에 투표소로 가서 크레딧카드 같은 등록 카드를 집어넣고 자신의 고유비밀번호를 입력시킨후 스크린에 나오는 일련의 질문들에 대답을 하고 다 되면 버튼을 눌러 자신의 표를 등록시키는 것이다. 그러면 그것이 중앙 컴퓨터로 바로 연결돼 투표 마감시간과 함께 결과가 나온다.

나는 지금 손으로 타자치는 대신 음성인지 프로그램을 써서 구술로 글을 쓰는데 투표는 고조부가 하던 식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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