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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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개표 못하는 공화당의 고민

2000-11-16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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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 시각

▶ (조지 윌, 워싱턴 포스트 기고)

캠페인 기간중 고어는 “진면목은 아직 안 보여줬다”고 외쳤다. 선거가 끝난 후 그의 행적을 보면 그가 무엇을 의미했는지 알수 있다. 선거부정의 명수인 데일리 가문 출신 빌 데일리를 선거본주장으로 앉힌 것도 그의 혜안을 보여주는 사례다.

데일리는 그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선거전이나 선거 도중이 아니라 선거가 끝난후 표수를 조작하려 하고 있다. 부시측이 연방법원에 제소까지 해 가며 필사적으로 수개표 작업을 막으려 한 것은 이를 허용할 경우 선거를 도둑맞게 될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고어측 주장은 유권자들이 던진 표수에서는 이겼는데 검표 결과는 진 것으로 나왔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던진 표가 무조건 유효표가 아니라는 중요한 차이점을 간과하고 있다. 투표용지에 제대로 기표한 표만이 유효표다. 선거후 고어팀 전략은 갖가지 방법으로 제대로 기표한 표의 정의를 희석, 검표원에게 유효표 여부를 가리는 폭넓은 재량권을 주는 것이다.

부시측이 여론의 거센 비판을 각오하고 연방법원에 제소한 것은 그렇게 하지 않을 경우 대선에서 질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부시측은 법원이 자기 편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희박함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렇게 함으로써 나중에 민주당이 다수인 일부 지역 주민들이 기표를 잘못했다는 이유로 수개표를 하는 것은 위헌이며 불공평하다는 항소를 제기할수 있는 길을 열수 있다고 판단했다. 또 소송을 하면 검표원들이 자의적으로 표의 유효여부를 결정하는 것을 막는데도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으로 희망했다. 팜비치 검표원들은 고어한테 유리한 쪽으로 판정기준을 바꿔왔다.

검표원들이 고어쪽 사람들이란 것은 가장 중요한 문제는 아니었다. 민주당 우세지역에서만 검표를 하면 고어표가 더 많이 나올 것은 자명한 일이다.


수개표는 표의 유효성을 판정하는 아무런 기준이 없다. 팜비치에서만 1만9,000명에 달하는 표를 잘못 찍은 유권자의 심중을 헤아린다는 것은 아무래도 어려운 일이다.

부시표가 점점 줄어 드는 광경을 지켜본 공화당원들은 한결같이 왜 부시측이 부시 지지표가 많이 나온 지역 수개표를 요구하지 않았는지 의아해 하고 있다. 잭슨빌을 포함하는 듀발 카운티의 경우 15만2,000대 10만7,000으로 부시표가 많았다. 거기서 나온 무효표만 2만6,000표다. 그러나 무효표가 나온 곳은 대부분 고어 지지자가 많은 투표소에서였다. 이것이 부시팀이 고어에 비해 수개표와 관련해 선택의 여지가 없는 이유다. 플로리다 전역에 걸쳐 제대로 기표를 못한 사람의 대다수가 공화당보다는 민주당 지지자였던 것이다.

고어 진영은 투표용지에 구멍이 제대로 뚫렸는지 여부를 판가름함으로써 대통령직을 고어에게 주려 하고 있다. 부패한 정치 가문 출신의 데일리나 클린턴 밑에서 정치 수업을 한 고어 모두 부끄러움을 모르는 정치인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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