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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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못하면서도 시민권을 얻은 이유

2000-11-16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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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온유<다우니>

4년전의 일이다. 첫번째, 두번째 시민권 인터뷰에서 2분도 안되서 쫓겨났고 3번째 도전에서인터뷰에 합격했다. 물론 영어는 한마디도 알아듣지도 못하면서 말이다. 영어를 자신있게 말할 수 있었다면 불안할 리도 없었을 것이다. 소련말인지 중국말인지 도대체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나의 얘기를 들으면 많은 사람이 웃겠지만 또 나와 같은 사람은 많이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나의 아들보다도 어린 이민국 직원은 자기 가슴을 치면서 소리소리 질렀다. 그러다 안되니 다음엔 수화로 얘기를 했한다. 배를 치면서 베이비, 베이비 하면 난 손으로 2명 표시를 했고 결혼했느냐고 물어도 내가 멍하니 섰으면 딴-딴딴- 결혼행진곡을 읊어대면 난 예스 대답했다. 경찰에 붙잡혀 갔었느냐고 해도 우둑커니 섰으면 손으로 표시하고 폴리스! 폴리스! 하면 나는 노라고 대답했다.

정말 희한한 일도 많다고 생각할 것이다. 미국 오래 살면서 영어 하나 못했지 무슨 결격사유도 없는데 괄세도 많기도 하다. 자식들 공부 시키느라 너무 바빠서 못했고 지금은 여유는 있어도 늙어서 머리에 들어가질 않아 한국말도 금방 듣고 딴소리를 하는데 영어가 웬말인가. 시민권 인터뷰 책 갖다가 딸과 같이 공부하긴 했어도 미국식 발음을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한국식 발음이면 단어 가지고 눈치로 Yes, No 하면 되겠는데 도대체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맨 마지막에 사인을 하라고 서류를 내미는데 내가 진땀만 빼고 서있으니까 직원이 그걸 알아차리고 백지한장 주면서 연습하라고 한다. 진땀을 줄줄 빼면서 30번 정도 연습했다. 항상 남편만 따라만 다녀 사인이란걸 해보지도 못했다. 그때 생각만해도 머리가 아프다.

도전하면 기회는 주어진다. 영어 못해도 자신있게 도전해야 한다. 시민권은 꼭 따야하고 힘을 합해야 한다. 우리의 자녀들을 위해서 우리의 2세가 상원의원, 시의원, 시장 모두 되게끔 우린 디딤돌이 되기 위해서 표밭이 되어주어야 한다. 우린 이땅에서 우리의 자녀가 잘되길 기도하고 그들을 도와야 한다. 정신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우리의 자녀를 돌보아야 한다. 꼭 시민권 모두 따야한다. 한인이여 가슴을 활짝펴고, 마음의 창문을 크게 열고 도전의 정신을 가지고 미국 무대에 늠름하고 당당하게 나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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