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우리를 기쁘게 하는 것들

2000-11-14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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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종진<포모나>

우리 주변에서 우리를 기쁘게 하는 것보다 슬프게 하는 것들이 더 이 세상에 많다고 하면 틀린 말이 아닌 것 같다. 오늘을 사는 우리는 신문의 사회면에 살인, 성폭행, 강도 등 온통 범죄기사에 신물이 났고 ‘선행’ 기사들은 별로 볼 수 없으니 그만큼 사회가 혼탁해졌단 말인가.

이 세상엔 올바르고 착한 사람이 더 많다고 생각하며 슬프고 안타까운 것보다 기쁘게 하는 것들이 무엇인가를 찾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널리 말할 수 있다면 우리 몸의 엔돌핀도 솟아 자신의 건강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한다.

얼마전에 일을 마치고 집에 늦게 도착하니 앞마당에 주차해 놓은 다른 차의 옆 유리가 깨어져 있었다. 동네 사람들에게 물어볼 수도 없고 고약한 이웃 아이들의 짓이겠지 하고 체념하고 있었는데 그날 초저녁 웬 젊은이가 찾아왔다. 자기 조카가 실수로 깨트렸다면서 견적서를 내어 전달해주면 고쳐 주겠노라고 했다. 그리고는 건너 바로 윗집이 자기 사는 집이라며 명함을 건네주고 갔다.


그후 차는 고쳐졌다. 물론 이 사람처럼 해야 하고 이런 것이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 산교육이 되는 것 아닌가. 나쁜 사람 한두명이 전체 분위기, 소위 맑은 물을 흐려 놓는다는 것과 대조적으로 조그만 선행이 사회전체를 밝게 또 여러사람들을 기쁘게 한다는 것을 우린 잘 알고 있으면서 나부터 실행이 어려운 것 같다.

생각해 보라. 차를 운전하던 도중 차가 갑자기 고장이 났다던지 타이어가 망가져 난감해 하고 있는데 누군가가 구세주처럼 나타나 도움의 손길을 주던 경험을. 그 ‘선한 사마리아인’을 다행히 만나서 고맙게도 그 도움으로 어려움을 모면했던 경험을 생각해보라. 조그만 도움이, 친절이 우리 사회를 밝게 하고 여러사람을 기쁘게 하니 우리는 이런 것에 인색해선 안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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