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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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어가 민주주의 와해시키려나

2000-11-14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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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윌리엄 베닛(월스트릿 저널)

자신에게 불리하게 나타난 선거결과를 뒤집으려는 앨 고어의 노력은 그 속이 너무 뻔히 들여다보이는 처사로 미국의 장래에 너무나도 끔찍하고 자칫 영속적인 폐해를 가져 올 수 있다. 주지하다시피 조지 W. 부시는 지난 주말 플로리다주의 비공식 재개표 결과 승자로 나타났다. 플로리다주 총무처장관 캐더린 해리스는 내일 67개 플로리다주 카운티 공식 재개표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또 오는 17일께는 해외 부재자 투표 개표 현황도 발표될 계획이다. 지금까지의 증거를 종합하면 플로리다주 재개표 결과는 지난주 발표된 개표 결과대로 될 것 같다.

그러나 고어 진영은 이같은 개표 결과를 뒤집을 캠페인을 이미 시작, 민주당 압도적 우세 4개 카운티에서 수동식 개표작업을 주장하고 있다. 또 고어 캠페인의 선거본부장인 윌리엄 데일리는 “플로리다에서 고어의 승리가 선언되지 않으면 이번 대선은 불법선거”라는 시사를 강력히 흘리면서 “유권자의 뜻대로 된다면 고어는 플로리다에서 승리해야만 하고 차기 미국 대통령이 되어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주에 제기된 문제를 더 확실히 짚어보자. 고어 진영의 주 불평은 ‘팜비치 카운티에서 사용된 나비모양의 투표용지가 유권자들을 혼란시켜 많은 고어 지지자들로 하여금 팻 부캐넌을 찍게 했다는 것이다. 나비모양의 투표용지는 오래 전부터 사용돼 왔고 불평도 제기되지 않았다. 또 민주당 출신 선관위원이 민주당 지지성향이 강한 노인 유권자들이 투표용지를 잘 읽게 하기 위해 고안한 투표용지가 바로 이 투표용지다. 이 투표용지는 사전에 신문에 인쇄돼 유권자들에게 홍보를 했고 이에 대한 불평도 접수되지 않았다.


팜비치 카운티에서 1만9,000표가 두 후보 이상에게 펀치를 해 무효표로 처리된 데 대한 민주당측의 불만도 그렇다. 지난 96년 대선 때에도 이 카운티에서는 비슷한 숫자의 무효표가 나왔다. 또 기표소에 들어갔을 때 모든 미국의 유권자들은 투표과정상 이해가 잘 안되는 부문을 참관인에게 물어서 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부주의로 투표를 잘못하고 뒤늦게 투표무효를 주장하는 것은 혼란을 불러오는 행위다.

미국의 민주주의는 일종의 불문율에 의지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대통령선거에서 패배한 사람은 대대적 부정선거나 사기에 의해 패배했다는 증거가 없는 한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다. 이 불문율이 지켜지지 않으면 미국의 정치는 위기로 빠져든다. 현재 미국이 맞은 문제는 앨 고어나 조지 W. 부시의 정치적 장래보다 훨씬 더 중차대한 것으로 미국의 헌정이 난파위기를 맞을 수도 있는 게 현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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