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양보만이 혼란에서 벗어나는 길

2000-11-14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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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 시각

▶ 스티븐 로버츠<조지 워싱턴대 교수, USA투데이 기고>

플로리다 투표결과를 확인하는 작업은 두가지를 목표로 해야 한다. 신속성과 공정성이다. 불행히도 이 두 목표는 상충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양쪽에 같은 비중을 두면서 뒤죽박죽된 이 상황을 빠져나올 합리적인 길이 있다.

우선 민주당측은 모든 소송위협들을 철회해야 한다. 선거일에 나온 결과는 설사 잘못된 부분이 있더라도 그대로 존중되어져야 한다. 한편 공화당측은 이의가 제기된 투표함들에 대한 수검표 작업을 막으려는 어떤 시도도 철회해야 한다. 11월7일 합법적으로 투표한 사람들의 표는 마땅히 세어져야 하며 문제의 4개 카운티 표를 재검표하자는 민주당측 요청은 플로리다주법으로 보나 미국적 전통으로 보나 합당한 것이다.

민주당은 수검표작업이 72시간내에 요청되어야 한다는 규칙에 따라 행동했고, 공화당측은 그런 요청을 하지 않았다. 그러므로 민주당지지 카운티 표들만 재검표에 들어간다고 불평할 법적 근거가 없다.


한편 공정성의 문제를 두고 볼때 타협점은 있다고 본다. 공화당지지 4개 카운티를 재검표지역으로 추가하거나 주전체를 재검표 대상으로 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작업은 고되지만 근본적 목표는 달성할수 있게 된다. 즉 양측 모두 받아들일수 있는 결과를 얻어내는 일이다.

세상에 완벽한 시스템이나 완벽한 결과란 없기 때문에 양측은 어느 정도의 불공정성을 받아들여야만 한다. 특히 민주당의 경우 그렇다. 선거일에 플로리다에서 투표한 사람들중 고어지지자가 부시 지지자보다 많았던 것은 거의 확실하다. 그러나 팜비치카운티 투표소 같은데서 표가 희생이 된 것이다. 팻 부캐넌은 그 카운티에서 자신을 지지한 많은 사람들이 고어를 지지했던 것이 분명하다고 솔직하게 말을 했다. 그러나 부캐넌이 인정한 것이 사실이라는 점을 증명할 길도 없다. 그 표들은 고어가 영영 잃어버린 것이고 고어는 그사실을 받아들여야만 한다.

민주당측이 이런 손해를 받아들이는 마당에 공화당측이 할수 있는 최소한의 것은 합법적 표에 대한 수검표작업을 허락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인간적 실수나 편견이 작용할 수도 있겠지만 공정성에 있어서 고어가 플로리다에서 입은 손해가 부시에 비해 훨씬 크다.

그래서 이런 타협안을 내놓는다. 며칠 더 걸려서라도 플로리다에서 투표일에 투표함에 던져진 합법적 표에 대한 수검표 작업을 하는 것이다. 필요하다면 주 전체의 표를 다시 세어야 한다.

그 대신 민주당측은 재투표에 대한 언급을 그만 두어야 하고, 공화당측은 다른 주에서 재검표하겠다는 위협을 멈춰야 한다. 양측은 플로리다에서 수검표작업의 결과가 나오면 그걸 최종적인 것으로 받아들이기로 합의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고어의 신승이 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부시진영도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분명하다. 그렇지 않다면 수검표 작업을 그렇게 맹렬히 반대할 리가 없다. 그러나 아무도 결과를 보장하지는 못한다. 양측은 규칙에 따라 게임을 하기로 합의를 하고 어떤 결과가 나오든 승복하기로 합의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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