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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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으로 양분된 선거

2000-11-09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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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학 교수들 이렇게 본다

▶ 차만재<칼스테이트 프레스노>

미국사회에서는 드러내놓고 말하지 않지만 이번 선거는 ‘인종’ 요인이 상당한 작용을 한 선거다. 앨 고어가 유태인인 조 리버만을 러닝메이트로 택한 것이 선거에 영향을 미쳤다는 말이다.

선거 결과를 보면 바이블 벨트로 불리는 남부와 중서부 주들은 모두 부시에게 표를 던졌다. 반유태인 정서가 강한 보수 백인지역들이다. 반면 고어에게 표를 던진 주는 캘리포니아, 뉴욕과 같이 유색인종이 많은 주, 그리고 메인, 오리건, 워싱턴등 진보적 백인들이 주류를 이루는 주들이다. 캠페인중 부시를 ‘호감이 가는(likable)’ 후보로 표현한 것도 고어 쪽의 유태인 러닝메이트를 염두에 두고 이에 마음이 편치않은 백인정서를 은밀하게 표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고어가 이런 위험부담을 안으면서 리버만을 택한 이유는 돈 때문이었다고 본다. 민주당은 노조 외에는 큰 돈줄이 없어서 돈이 많은 유대인 커뮤니티를 껴안기로 한 것이다. 유태인은 재력도 있고 각계 고위층에 포진해 있어 목소리가 높지만 숫자가 적어 표를 만들어내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이번 선거가 이렇게 접전이 된 것은 무엇보다도 두드러진 이슈가 없고, 후보들 또한 한사람이 탁월하게 두드러진 데가 없기 때문이었다. 전직 대통령의 아들이면서 정직을 내세운 부시, 유명한 상원의원 아들이자 부통령이면서 실력을 내세운 고어 - 두사람의 장단점이 서로 비기고 만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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