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치학 교수들 이렇게 본다
▶ 김선혁(USC 정치학과 교수)
이번 선거는 미역사상 유례를 찾아 보기 어려운 접전이었다. 확실한 것은 재검표를 끝내 봐야 알겠지만 고어가 총 유효표에서 부시보다 많은 지지를 얻고도 선거인단수에서 진다면 선거인단제의 문제점에 대한 비판이 거세질 것이다. 그렇다고 200년 동안 미국 선거제도의 근간이 돼 온 간선제가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유권자들로부터 더 많은 지지를 얻고도 낙선하는 현 제도가 바람직한지는 한번 토론해 볼 만한 문제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이번 선거의 특징은 미국 유권자의 양극화이다. 남성은 압도적으로 부시쪽에, 여성은 고어쪽에 표를 던졌다. 대도시 거주자들은 고어, 농촌지역은 부시, 백인과 보수층은 부시, 소수계와 리버럴은 고어 하는 식으로 계층간 투표성향이 어느 때보다 뚜렷하다. 두 대통령 후보의 표수나 연방 상하원 의석수가 거의 동수로 나타난 것은 이 양대 세력이 거의 동등한 힘을 갖고 있음을 보여준다.
일부에서는 양당 대통령 후보들의 득표수와 의회 의석수가 근소한 점을 들어 차기 정권에서 정치 마비현상이 오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으나 미국은 의원내각제가 아니라 대통령 중심제이고 공화당 의석이 줄기는 했으나 상하 양원 다수의석을 점하고 있는 만큼 그런 일은 없을 것으로 본다. 다만 과감한 개혁 대신 점진적이고 타협적인 정책을 펴는 것이 불가피할 것이다.
부시가 집권할 경우 한반도 화해 무드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지만 공화 민주 양당 정책을 자세히 비교해 보면 일반이 생각하는 것 만큼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을 알수 있다. 공화당 정권이 들어서더라도 대북정책의 급격한 변화는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