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대통령선거와 미국의 분위기 변화

2000-11-09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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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설

선거는 끝났는데 대통령은 탄생하지 않았다. 국민들로부터 표를 더 많이 받은 후보가 대통령에 낙선하는 고배를 마시게 되었다. 정말 기이한 선거다.

고어당선-고어고전-부시유력-부시당선-당선발표 보류등으로 이어진 미국대통령선거 개표상황은 역전에 역전을 거듭하는 스릴을 보였다. 수퍼보울이 아무리 박력있다해도 이번 선거만 못하고 월드시리즈가 아무리 재미있다해도 고어-부시의 대결을 보는것만 못하다.

이번 선거는 이민자들에게 생생한 정치학습장이었다. 미국대통령선거가 어떤 종류의 간접선거라는 것과 선거인단제도,부재자투표가 어떤것인가를 실감나게 가르쳐 주었다.


한국정부가 미국대통령선거를 보는 시각과 미국에 사는 한인이민자들이 보는 시각은 다르다. 이민자들에게는 미국의 분위기가 어떻게 바뀌고 있는가, 보수주의의 바람이 어느정도 불고 있는가가 중요하다.

보수주의의 바람이 일어날 때마다 미국에서는 이민자들에게 어려운 시련이 있었다. 이민문호가 좁아지고 웰페어 자격이 까다로워지고 이중언어 프로그램이 줄어 들었다. 4.29폭동이 일어난것도 레이건정부시절 보수정책이 흑인들의 웰페어를 갑자기 많이 줄인데 대한 불만이 배경에 깔려있다. 공화당이 정권을 잡으면 세금혜택이 늘어 비즈니스하는 한인들에게도 큰혜택이 가는 것은 사실이지만 우려를 떨칠수 없는것은 공화당의 보수정책이 무슨 도깨비를 낳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플로리다의 투표가 재검표되어야할 형편에 놓여있기 때문에 부시가 당선확정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부재자투표가 일반적으로 공화당지지표인 것을 감안한다면 현재 고어와 1700여표 차이를 보이고 있는 부시의 플로리다표는 흔들릴 것 같지 않으며 그의 대통령당선은 거의 틀림없는 것 같다.

이번 기회에 우리는 한인공화당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 공화당내에서 아시안의 목소리를 좀 높혀달라는 것이다. 지금까지 민주당은 집권하면 한인들을 주요공직에 기용해왔으나 공화당 집권시절에 빛을 본 한인들은 별로 없다. 만약 부시가 백악관에 들어간 후 이번에도 아시안의 주요공직 기용이 없다면 다음 선거에서 한인커뮤니티가 무언가 보여주어야 한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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