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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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8개짜리 감옥

2000-11-08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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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화로운 감옥’‘흰 칠한 무덤’ 혹은 ‘별 8개짜리 호텔’- 역대 주인들이 백악관을 두고 한 말들이다. 11월로 지은 지 꼭 200년이 되는 백악관이 7일 선거로 새 주인을 맞게 되었다. 존 애담스 2대 대통령 가족이 8명의 하인을 거느리고 처음 입주한 후 41번째 주인이 된다.

현대 세계사의 중심, 백악관은 조지 워싱턴 대통령이 재임 중이던 1792년 건축이 시작돼 완공되기까지 8년이 걸렸다. 그런데도 1800년 애담스 가족이 들어가 보니 내부공사가 덜 끝나 “중앙 계단은 아직 만들어지지도 않았고, 석회 벽이 덜 말라 장작불로 건조시켜야 하고… 강당은 미완성이어서 빨래 말리는 방으로 쓰는 형편”이라고 애비게일 여사는 불평을 했다.

빌 클린턴 대통령까지 40번 새 주인을 맞는 동안 백악관은 2번 불이 나고 3번 대대적 수리를 해서 애비게일 여사가 보았던 200년 전의 모습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특히 대통령 가족 거주 구역은 현재 그 어느 시대보다 훌륭한 상태라는 데 그것은 순전히 낸시 레이건 여사의 호사스런 취향 덕분이라고 한다.


가장 선택받은 사람만이 살 수 있는 집, 백악관의 생활은 그러나 달콤하고 즐거운 것만은 아니다. 프라이버시라고는 없고, 그러면서도 고독한 생활을 역대 입주자들은 어려움으로 꼽았다. 베티 포드 여사는 버지니아주에서 가까이 지내던 이웃들과 헤어져 백악관에 들어와 살려니 “너무 외롭고, 모든 사람의 입에 오르내리는 어항 속에 사는 느낌”이라고 했다.

아버지 린든 존슨이 대통령이 되었을 때 16세이던 루시 존슨은 “숨을 곳도 없고 발 한번 쾅쾅 구를 곳도 없었다”고 백악관에서 보낸 10대를 회고했다. 그래서 로잘린 카터 여사가 즐겨 찾던 곳은 백악관 옥상. 가족들이 프라이버시를 누릴 수 있는 유일한 장소가 옥상이어서 자주 거기 올라가 일광욕을 했다고 로잘린 여사는 회고록에 썼다.

백악관 생활과 관련해서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 중의 하나는 대통령 가족과 개인적 손님들 식사비는 모두 사비로 충당해야 한다는 것. 그런데 그 비용이 상당히 비싸다고 한다. 재클린 케네디 여사가 첫달 샴페인·캐비어 파티 청구서를 보고 쇼크를 받았을 정도다. 부자가 아니었던 매미 아이젠하워 여사는 식비를 줄이느라 신문광고를 보고 할인상점들을 찾아 비밀 경호원들에게 식품을 사오게 했다고 한다.

백악관의 가장 큰 매력은 모두가 거쳐갈 뿐 아무도 영원한 주인이 될 수 없다는 사실. 단 하루라도 홀가분하게 살았으면 하던 대통령 가족들이 일단 백악관을 떠날 날이 되면 백이면 백 모두 아쉬워한다고 한다. 2달 후면 집을 비워야 하는 클린턴 대통령 가족 역시 한동안 ‘백악관 향수’에 시달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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