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새 행정부 진로는 중도노선

2000-11-08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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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 시각

▶ (스캇 리·보스턴 글로브)

새 행정부 출범과 함께 미국은 새로운 도약기를 맞게 되는 양 선거공약은 화려했었다. 그러나 현실은 이와 정반대다. 도약이 아니라 반걸음 정도 나가기조차 어려운 게 새 행정부가 맞게 되는 정치적 현실이다.

2000년 대통령 선거는 새 시대를 맞아 새로운 도전을 펼치기 위한 국민적 소명이 부여된 선거로 볼 수 없다. 의회는 여전히 당파적 정쟁에 휘말리는 가운데 새 국정담당자는 중도적 입장에서 아젠다를 조심스럽게 제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봉착할 것이다.

이번 선거는 대변화를 요구하는 선거가 아니었다. 브루킹스 연구소의 토머스 만의 말대로 "현재의 경제적 번영을 계속 유지하고 극적인 변화는 꾀하지 말라"는 게 이번 선거의 모토였다. 의회는 물론이고 미국 전체가 이같은 변화를 맞이할 태세가 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2000년 대선은 결국에서는 1932년이나 1980년 대선보다는 1960년이나 1968년 대선과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1960년과 1968년의 대선시 미국민들은 변화를 추구했으나 미국민이 원하는 변화는 극적이고 새로운 변화는 아니었다. 1932년과 1980년 대선은 이와 정반대로 미국의 유권자들은 현실에 대한 깊은 불만감을 표출, 대대적 변혁을 외친 후보에게 압승을 안겨준 선거였다.

되돌아보면 2000대선 레이스는 소셜 시큐리티 제도에서 세금정책, 헬스 케어에서 해외정책에 이르기까지 앨 고어와 조지 W, 부시 양 진영의 뚜렷한 차이가 부각된 레이스였다. 그러면 이같은 정책상의 차이가 새 행정부 출범과 함께 바로 국정에 반영될까. 그렇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접전의 선거결과 때문이다. 압도적 지지라는 국민적 위임이 결여된 상황에서 새 행정부는 새로운 정책 노선을 국민 앞에 과감히 제시할 수 없다.

1960년 대선의 승리자 케네디나, 1976년 대선서 승리한 카터는 자당인 민주당이 의회의 다수를 차지했음에도 불구, 과감한 개혁드라이브를 걸 수 없었다. 국민투표 지지율이 높지 않았기 때문이다.

2000년 대선 승리자도 이와 비슷한 입장이다. 차기 대통령이 따라서 우선적으로 해결할 과제는 정치력을 극대화다. 새 행정부 출범과 함께 가장 먼저 의회에 제출될 주요 안은 세금삭감안이 될 전망이다. 이 안은 비교적 쉽게 의회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 감세의 필요성에는 공화, 민주 양 당 모두가 동의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셜 시큐리티 제도, 메디케어제도 개혁등 다른 주요 의제의 경우는 다르다. 여기서 필요한 것이 바로 초당적 합의를 끌어낼 수 있는 대통령의 정치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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