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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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의 고민

2000-11-07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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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대선 레이스에서 가장 낭패를 본 사람들은 이른바 ‘정치 전문가’로 통하는 사람들이다. 종래의 패러다임으로는 설명이 잘 안되는 게 올해의 대선이다. 거기다가 박빙의 접전이어서 섣불리 전망을 하다가는 망신당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올 대선은 신문들로서도 아주 피곤한 선거다. 예전 같으면 투표일 출구 여론조사를 통해 대선의 윤곽을 미리 파악하는 것이 가능했다. 올해는 그게 아니다. 한치 앞을 못내다보는 접전의 상황이어서 개표 결과가 도대체 언제쯤이나 밝혀질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어서다.

"신문으로서 가장 끔찍스런 악몽은 투표 다음날 조간지면에 새 대통령을 소개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신문의 마감시간이 어쩌고 저쩌고 해봐야 그건 신문사 내부 사정일뿐 그렇지 않아도 인터넷 확장으로 고전하고 있는 마당에 그런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 한 미디어 전문가의 지적이다.


캘리포니아주에서 발행되는 신문들은 그래도 다소 느긋한 입장이다. 캘리포니아주 투표가 끝나는 시간이 오후 8시. 2-3시간 개표결과를 기다려도 12시전에 마감이 가능해 최종 개표결과를 조간지면에 전할수 있기 때문이다.

동쪽으로 가면 사정은 절박하다. 뉴욕타임스, 워싱턴 포스트, USA 투데이 그리고 월 스트릿 저널등 동부지역에서 발행되는 내로라하는 신문들은 그래서 하나같이 목하 고민중이다. 캘리포니아와의 시간차가 3시간이 나서다. 캘리포니아주 투표가 끝나는 시간이 동부시간으로 8일 새벽1시. 개표의 윤곽이 드러나는 데 두시간이 걸리면 동부시간으로는 새벽 3시가 된다. 마감시간을 늦추면 조간지면에 새 대통령을 소개할 수는 있지만 배달이 너무 늦으면 무슨 소용이 있는가 하는 문제로 고민을 하고 있는 것이다.

시카고 트리뷴지는 이와 관련해 한가지 용단을 내렸다는 소식이다. 1991년 소련공산당 붕괴후 처음으로 호외판을 제작하기로 한 것이다. 이런 결정을 내린 데에는 다른 이유도 염두로 작용한 것 같다. 현 시카고 트리뷴지의 전신인 시카고 데일리 트리뷴이 1948년 대선시 기록한 대오보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각오다. 1948년 대통령선거 투표결과를 보도하면서 시카고 데일리 트리뷴지는 ‘듀이, 트루먼을 패배시키다’라는 전단 제목의 예상 개표결과를 보도했다가 톡톡히 망신을 당한 것이다.

시카고 트리뷴지의 방침과 관련해 동부지역의 신문들은 한가지 방침은 확실히 정한 모양이다. 마감시간에 쫓긴 예측성 보도를 절대 피하면서도 8일자 조간에 가능한 한 빨리 새 대통령을 소개한다는 방침이다. ‘신속하면서도 정확한 보도’- 인터넷시대 신문이 해결해야 할 숙제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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