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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춥고 배고픈 계절에

2000-11-04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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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충임<교수>

얼마전 LA 미션에서 추수감사절 저녁식사를 LA 홈리스들과 같이 나누도록 성금을 보내달라는 메일이 왔다. 읽고 난 후 마음에 두고서 한켠에 잘 두었다.

일주일 정도 지난 후 나는 학교에 갔다 와서 두 아들 저녁식사로 오랜만에 수제비를 만들었다. 소고기 다시다와 멸치 다시다 국물을 끓여서 감자와 양파, 그리고 파를 썰어 넣고 먹다 남은 김이 있기에 부셔서 얹고 깨소금과 참기름을 뿌리고 마지막에 고춧가루 양념간장을 얹으니 보기에도 먹음직스러웠다. 두 아들은 아주 맛있게 먹으면서“엄마는 식당해도 되겠어요”라고 말했다. 언제나 특별히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마다 하나님께서는 나에게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없는 가난하고 집없는 사람들 생각을 하게 만드신다. 두 아들과 수제비를 먹고 난 후 나는 “애들아! 우리는 이렇게 맛있는 수제비를 배불리 먹었는데, 엄마는 배고픈 사람들에게 미안하구나”하고 말했다.

그래서 배고픈 사람들과 음식을 나눠서 같이 먹고 싶었고 그러던 중 LA 미션에서 보내온 편지가 생각났다. 그 메일을 찾아서 흔쾌히 30명분 저녁식사에 해당하는 데 줄을 긋고 수표를 보냈다. 교육 목적으로 두 아들에게 그 편지와 수표를 보여주면서 “너희들도 어른이 되거든 꼭 가난한 사람들 도우면서 살아라”고 말했더니 “예”라고 대답했다.


나는 늘 아이들에게 말한다. “가난한 생활을 즐겨야 한다. 너무 유명 메이커 옷과 신발 좋아하지 마라. 너무 비싼 것은 하지 말고 절대 낭비하지 말고 아껴서 쓰고 돈을 저금해서 가난한 사람들을 도와줘야 한다” 친정엄마가 늘 나에게 그렇게 말씀하셨듯이…

어제도 길거리 한켠에 누런 종이박스를 깔고 자는 세 사람을 보았다. 이번 주말 나는 두 아들을 데리고 스포츠용품 가게에 가서 두꺼운 슬리핑백 3개를 사서 이불 없이 거리에서 자는 세 사람에게 나눠주는 기쁨을 가질 계획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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