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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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앞에서 늙음 앞에서

2000-11-04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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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호원<한미가정연구원 원장>

’늙음(aging)’을 안고 사는 사람들은 젊은이들이 나누는 사랑을 볼 때 그 옛날의 자신들의 모습을 상기한다. 그 사랑은 결혼식에 참석한 모든 하객들이 부러워했던 사랑이기도 하다.

늙음 속에 있는 ‘나’. 세월 따라, 시련과 풍상을 겪으면서도 지금에 이른 그 때의 그 ‘나’를 우리는 ‘늙음 속의 인생’이라 부른다. 그리고 그 ‘나’란 주름과 횐 머리, 굽은 어깨, 기운이 조금씩 빠지고 있는 다리의 힘, 그것이 ‘우리 모두의 인생’이다.

늙음이란 젊었을 때, 잠시 머물었던 자신을 감상하는 과정이다.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늙기 시작한다. 이 과정을 누구나 벗어날 수 없는 길이다. 이는 자연의 섭리다.

어떤 이는 늙음 앞에서 초조해 한다. 어떤 이는 성형외과에서, 미용원에서 젊음을 되찾았다고 착각하고 싶어한다. 그러나 ‘늙음’이란 ‘오는 백발 막대로 막으려 할 때 지름길로 찾아 온’ 삶이다.

그 백발, 그 주름 골엔 우리가 걸어온 삶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렇듯 ‘늙음’이란 지나온 젊음처럼 돌이킬 수 없는 인생의 여정이다.

‘늙음’에는 사람 따라 차이가 있다. 자기 나이보다 훨씬 젊게 사는 사람, 자기 나이대로 늙어 가는 사람, 자기 나이보다 훨씬 늙게 사는 사람.

어느 나이 많은 부부를 만났던 기억이 있다. 그때 그 부부가 보여준 모습은 마치 서로의 짐을 덜어주기 위해 태어난 것처럼 보였다. 그들 부부는 명랑했고, 서로에게 감사하고 있었다. 그들의 미소와 부드러움 속에는 자기들의 삶을 즐기는 여유로움을 풍겨주었다.

또 다른 분위기를 가진 부부가 있다. 그들은 넓은 저택에서 예의 바르게 나를 대하기는 했지만 어딘지 모르게 부부 사이에 긴장이 감도는 듯했다.
그렇다면 어느 부부가 제 나이보다 젊게 살고 있을까...

인생은 자기 멋(?)으로 젊게 그리고 늙게 산다. 인생이란 선택하는 태도에 따라 힘겹게도 살고, 즐겁게도 산다. 태어날 때는 순서가 있지만 늙음과 죽음에는 순서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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