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마라톤과 나의 삶

2000-11-04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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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앤 정 <한인 마라톤클럽 총무>

미네소타주 2개의 큰 도시를 거쳐서 뛰는 ‘트윈시티 마라톤’은 대회일 6개월 이전에 등록마감이 될 정도로 미국 내에서 아름다운 마라톤으로 유명하다. 이 대회는 나의 20번째 마라톤이었는데 여기 저기에서 보이는 잔잔하며 아름다운 호수와 그에 어울리는 자연 환경에 그만 이 곳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까지 잠시 해보았다.

그날은 기상을 관측하기 시작한 100년이래 가장 추웠다는데 갑자기 한파가 들이닥쳐서 대회 참가자의 많은 사람들이 중도에서 포기할 정도로 매섭도록 춥고 숨쉬기가 힘들 정도로 찬바람이 세차게 불었다. 온몸이 꽁꽁 얼어붙는 것 같아서 몸의 근육들이 풀어지지 않는 상태가 거의 완주지점에 도착할 때까지 지속될 정도였다. 그 추위 속에서도 두툼한 옷들을 걸치고 도로 주변에 늘어선 수없이 많은 그 곳 시민들의 열렬한 성원에는 감격스러움을 느낄 정도였다. 어느 곳을 둘러보아도 모두가 백인들인 대회에서 조그마한 체구의 동양 여자가 홍일점처럼 뛰고 있으니, 나의 참가번호를 수많은 사람들이 큰소리로 마지막 꼴인 지점까지 연신 외쳤다. 힘든 코스인 올라가는 언덕도 많았지만, 보스턴 마라톤 참가자격 시간 안에 완주할 수 있었고 완주 후에도 그런 대로 힘이 났던 것은 시민들의 열렬한 성원에 감격스러워 힘이 솟아났던 것 같다. 세계적으로 참가자격이 엄격하기로 유명한 보스턴 마라톤 대회를 연속 2해째 계속 뛰었고, 여러 도시에 참가하여 뛰었지만, 그 어느 곳에서보다 많은 성원과 격려를 받았던 것은 아름다운 도시와 함께 아마도 평생 잊지 못할 감동적인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지금 한국에서도 마라톤의 열기가 한창이다. 세계적으로도 계속적으로 마라톤 인구는 불어나고 있다. 지난 5년전 처음 시작할 때 참가하였던 이런 저런 대회에 요즈음 다시 참가하여 보면 대회 참석자 숫자가 많이 늘어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제 내년 3월이면 또다시 LA 마라톤이 성대히 열리게 되며, 그 대회를 위하여 이제부터 착실히 연습하면 좋은 결실을 맺으리라고 본다. 마라톤은 하루아침에 능력을 기를 수는 없다. 꾸준한 연습 중에서도 각자 본인에게 알맞은 체계적인 연습이 중요하며, 또한 경험 많은 선배들의 도움도 매우 중요하리라 본다. 지난 5년 동안에 5번의 LA 마라톤에서 4번은 마라톤을 처음 뛰는 분들을 모시고 완주할 수 있도록 함께 뛰며 도와드렸으며 이번에도 더욱 많은 처음 뛰시는 한인들을 도와 드릴 수 있기를 바란다.

우리 팀은 한인타운에서 가까운 그리피스 공원에서 매주 토요일 아침 6시에 만나서 함께 운동을 하며, 운동 후에는 친목을 다지는 흐뭇한 시간도 갖는다. 일주일에 한번이지만 약간의 시간을 내어서 운동을 하다 보면 생동감 넘치는 생활을 할 수 있고 모든 잡념이 사라지는 귀한 시간이 된다. 많은 한인들이 동참하여 함께 운동의 즐거움과 자긍심을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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