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약물로 얼룩진 스포츠

2000-09-2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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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드니 올림픽 광장

▶ <크리스틴 브레넌, USA투데이>

시드니 올림픽의 ‘골든걸’ 매리언 존스의 5관왕 행진에 예기치 않던 장애가 생겼다. 바로 남편 C.J. 헌터의 약물 복용문제다. 존스는 남편의 약물복용 사실을 몰랐을까? 알고서도 감춰줬을까? 함께 복용한 적은 없을까?

투포환 세계 챔피언인 헌터가 지난 7월 노르웨이 육상대회 약물검사에서 양성반응을 나타냈다는 뉴스는 시드니 올림픽에서 5개의 금메달을 노리는 존스의 계획에 적지 않은 차질을 가져올 것이 틀림없다.

시드니는 지금 루마니아의 요정 안드레아 라두칸이 금지 성분이 함유된 감기약 복용으로 체조 개인종합 금메달을 박탈당한 사실과 헌터의 약물복용 소식으로 뒤숭숭하다. 지난 88년 서울 올림픽 당시 캐나다의 벤 존슨 사건 이후 가장 큰 약물 스캔들이 될 것으로 보인다.


헌터는 약물복용 사실을 극구 부인하고 있다. 국제육상연맹측도 문제의 약물이 식품첨가물로 헌터가 모르는 새 체내에 들어갔을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올림픽 출전자격을 얻었다가 무릎관절 수술로 인해 출전을 포기했던 헌터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존스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사실 육상계에는 약물복용에 관한 루머가 끊이질 않는다. 다른 종목도 마찬가지다. 96년 올림픽 수영부문에서 아일랜드의 미셸 스미스가 난데없이 나타나 금메달을 3개나 따내자 약물복용 루머가 파다했고 그 후 테스트에서 통과 못한 스미스는 수영계에서 축출당했다.

존스는 아직까지 남편의 약물복용 문제에 대해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평소 존스는 "참깨 한알이 수습할 수 없는 사태를 야기할 수 있는 것이 약물문제"라며 루머조차도 피해야 한다고 말해 왔었다. 존스는 또 무슨 약물이 합법이고 불법인지 따질 필요조차 없다며 "약물 문제에 있어서 나는 항상 깨끗할 것이고 깨끗한 사람들하고만 어울리겠다"고 말한 바 있다.

그녀는 영리한 사람이다. 이번 사태가 어떻게 비쳐질지 알 것이고 자신까지 남편과 함께 도매금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것을 알 것이다. 그녀는 앞으로도 뛰어야 할 경기를 여러개 남겨 놓고 있다.

존스는 지난 99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몇몇 선수들이 약물검사 양성반응으로 불참하게 됐을 때 "우리의 아름답고 사랑스런 스포츠가 더럽혀졌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녀 남편이 약물문제에 연루된 지금 무엇이라고 말을 할 것인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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