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무너진 미국 여자 체조

2000-09-2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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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드니 올림픽 광장

▶ (샐리 젠킨스, 워싱턴포스트 기고)

미국 체조팀이 추락하고 있다. 여자 팀이 4등을 하자 선수중 한 명인 제이미 댄처는 코치인 벨라 카롤리를 비난했다. 그러나 지금 미국이 필요로 하는 사람은 바로 카롤리다. 뻣뻣한 수염이 난 카롤리의 인상이 마음에 안 들지는 몰라도 그는 현대 체조를 지금 수준으로 끌어올린 사람이다.

1981년 카롤리가 루마니아에서 미국으로 망명하기 전까지 미국이 올림픽 체조 부문에서 딴 메달은 1948년 동메달 하나가 고작이었다. 그후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까지 미국은 단체전 금메달을 비롯, 18개의 메달을 휩쓸었다. 카롤리가 은퇴한 지난 4년 사이 미국은 올림픽에서 4위, 세계 챔피언십에서 6위로 쳐졌다.

카롤리가 미국 체조를 지나치게 컨트롤하는 게 문제가 아니라 충분한 통솔권이 없는 게 문제다. 카롤리는 2000년 미국팀이 “열의도 성취욕도 없다”고 비판했다. 경기중 미국 체조선수들이 하품하고 있는 것만 봐도 그의 말이 사실임을 알 수 있다. 카롤리가 즐겨 하는 말의 하나는 “열의가 없이는 큰 일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16년간 미국 올림픽 팀의 코치를 맡아 온 카롤리는 애틀랜타 올림픽을 마지막으로 은퇴한 후 휴스턴 근처의 랜치에서 플라밍고와 오리, 에무와 낙타 등을 기르며 노후를 보내고 있었다. 미국팀이 99년 중국에서 열린 세계 챔피언십에서 6위를 하며 메달권에 들지도 못하자 밥 콜로라시 미체조협회장이 기겁을 해 전국팀 디렉터란 타이틀을 주고 그를 다시 불러낸 것이다.

카롤리가 체조계로 다시 돌아와서 보니 한두명 뛰어난 선수는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김빠진 분위기였다. 시드니까지는 10개월밖에 남지 않았는데 타이틀이 애매해 정작 선수들을 지도할 수 없었다. 코치를 코치해야 하는데 정작 코치들이 그의 말을 듣지 않는 것이었다.

모두가 카롤리의 방식에 찬성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결과가 모든 것을 말해준다. 그의 지도를 받고 금메달을 따낸 메리 루 레튼은 “그가 가혹한 코치인 것은 사실이나 그는 챔피언을 만든다”고 말했다. 나중에는 미국 체조팀이 카롤리 없이도 이길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지금은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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