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누구를 위한 유권자등록인가

2000-09-2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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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대통령선거

▶ 찰스 김<한미연합회 사무국장>

“안녕하세요, 유권자등록 하셨어요?” 묻는 자원봉사자에게, “나는 괜찮아요”하며 무뚝뚝하게 외면한다. 옆에서는 아들이 “엄마 빨리 가요”, 마치 잡상인들이 왜 귀찮게 하느냐는 표정으로 잡아끈다. 속에서는 “바로 당신과 같은 사람들 때문에 우리가 정치적으로 외면 당하고, 손가락질 당하는 것이 아닌가?” “만약에 당신이 인종적인 차별을 당하고 경찰이나 정부기관으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누구한테 도움을 청하겠는가?” 은근히 울화가 치밀어 오를때도 있다.

남가주의 한인사회에는 약 18만명의 한인 시민권자가 있으며, 그중 ⅓인 6만명 정도만이 유권자등록을 마친 상태이다. 투표율은 채 30%가 안되며 대통령 선거라야 겨우 3만명 미만이 투표에 참여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우리가 50만의 한인 파워를 이야기하면 겉으로는 “와!”하고 놀라는 척하지만 속으로는 “웃기지 마라, 투표도 안하는 것들이 뭘…”하고 비웃는 실정이다.

92년 LA폭동이 일어났을 때, 3,000여개의 한인 비즈니스가 타격을 받았고 4억달러 이상의 경제적인 손실을 입었는데도, 우리 한인들의 입장을 대변해 준 정치인들은 한명도 없었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를 비롯한 주류사회 언론기관에서는 흑인 커뮤니티의 입장은 거의 여과없이 기사화 하면서도, 한인들은 흑인들로부터 돈만 긁어 가는 수전노라는 모습을 계속해서 보여주었다. LA시에서는 “이때다”하고 한인 리커스토어의 재건을 정부차원에서 반대, 수많은 한인 업주들이 파산하거나 졸지에 생활의 터전을 잃어버리게 된, 뼈아픈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한미연합회는 지난 82년부터 거의 20년 동안 한인사회의 유권자등록을 위해 노력해왔다. 로스앤젤레스 폭동이후에는 다행히도 설득을 하지 않아도 자발적으로 유권자등록을 하는 한인들의 수가 늘어났다. 한인 유권자를 한명이라도 더 등록시키기 위해 노력하지만 “저… 등록 안 한대요, 어떡하죠?” 실망스런 표정으로 말하는 대학생 자원봉사자들을 보면, 마치 쥐구멍이 있으면 뛰어들어가고 싶은 심정이다.

“유권자 등록하면 뭐 줘요?” 막걸리 한잔과 표를 바꾸던 습관이 몸에 배었는지 가끔은 손을 내미는 유권자들을 만나곤 한다. 누구를 위해서 유권자 등록을 해야 하는가. 결국에는 나를 위해 내가 유권자 등록을 하는 것인데 아직도 상당수는 막연히 유권자 등록이 남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유권자등록은 내가 나를 위해, 미국 시민으로서의 권리를 행사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첫 번째 관문이며, 미국의 대통령을 비롯한 주요 정책 결정에 투표로 참여, 시민으로서의 의무를 감당하게 되는 것이다.

유권자등록은 물론, 투표도 안하는 사람들이 제일 불평이 많으며, 조금이라도 자신에게 불리한 문제가 생기면 “한인회는 뭘하는 단체냐, 봉사단체들은 다 죽었느냐” 며 모든 단체들과 리더들을 싸잡아 공격한다. 한인회 사무실이 어디 있는지도 모르고, 한인단체들에게 1달러라도 도네이션 해 본적이 없는 사람들이 더 아우성이니 정말 기가 찰 노릇이다.

유권자 등록이 중요하다는 것은 열번을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올해에는 대통령선거로 중요한 선거이니 만큼 누가 옆에서 사정하기 전에 “힘을 기르소서!” 도산의 피맺힌 절규를 가슴에 새기며 자발적으로 유권자등록에 앞장서 주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다.

유권자등록 용지는 우체국이나 도서관에서 구할수가 있으며, 한미연합회나 한인회에 연락하면 등록용지를 우송해준다. 전화번호는 한인회 323-732-0192 한미연합회 213-365-5999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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