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인종차별 분명히 있다.

2000-09-23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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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박한 이해관계로 날이 새고 지는 세상살이에서 순풍에 돛단배처럼 인생 80을 산다는 것은 전지전능하신 신의 배려 없이는 범인인 우리로서는 도저히 획득할 수 없는 영역이다.

낯선 가치관의 미국 땅에 와서 군대 구령도 알아듣지 못하는 가운데 투박한 한국의 근성 하나로 세계 제일의 조직인 미국군인으로 복무하다 제대하고 들어간 곳이 우체국이었다. 육체노동치고는 너무나 근사하고, 보람이 있어 업무파악도 하기 전에 한국신문에 광고 내고 후배들을 양성하는데 투신했었다. 지금은 공무원 가운데서도 가장 많은 한인들이 일하는 곳이 우체국이다.

일을 마치고 집으로 오는 길에 나도 모르게 깜빡 졸은 일이 한 두번이 아닐 정도로 육체는 피곤했지만, 그 보상은 감사해야 했다. 강산이 변한다는 십년하고도 몇 년을 일한 시점에 엉뚱한 사연이 생겨 11년을 허송한 끝에 겨우 재기하는 순간을 맞았다. 문제는 아직도 인종의 벽이 도사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아예 꾀병을 앞세워 결근 의사를 전화로 알리고 직장을 쉬면 다음날 규정대로 수속이 진행된다. 그러나 충직하게 정시에 출근하여, 급박한 집안 걱정에 구두 허락을 받고 귀가한 것이 괘씸죄가 되어 11년의 법정싸움을 했다. 결국 전화위복이 되긴 했지만 그 긴 세월 피를 말리면서 하숙방에서 7명의 권총잡이한테 곤욕을 치르는 등 문제 그대로 살아있는 지옥이요, 악몽이었다.

조퇴 - 엄연히 직장사회에서 용납되는 말이지만, 노란 피부는 삼가라고 당부하고 싶다. 인종차별이 풀이 죽을 그날까지는…. 패배한 자는 말없이 사라질 뿐. 다행히 승자가 되어 한마디 동포사회를 향해 외쳐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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