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올림픽과 미국 수영

2000-09-22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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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TV 중계를 보고 있노라면 “수영이 미국의 국기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도 그럴 것이 시드니 올림픽이 개막된 이래 미국은 매일 수영 부문에서 금메달리스트를 탄생시키고 있다. 레니 크레이즐버그, 미건 콴, 탐 돌란, 브룩 베넷, 미스티 하이만, 제니 탐슨등 금메달리스트들이 줄을 잇고 있다. 제니 탐슨은 이번 금메달이 7번째의 올림픽 금메달이다.

미국은 수영에서 수많은 수퍼스타를 배출해냈다. 타잔으로 유명한 조니 와이즈믈러는 1924년과 1928년 올림픽에서 2개의 금메달을 획득했으며 마크 스피츠는 72년 뮌헨대회에서 7개의 금메달을 차지한 신화를 낳았다. 마크 스피츠와 이번 시드니 대회의 금메달리스트인 레니 크레이즐버그가 유대인이라는 사실은 매우 흥미롭다. 연예계는 유대인이 주름잡고 있지만 스포츠계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일은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미국은 왜 수영에 강한가. 한국선수들의 기록은 미국 대학선수의 기록보다 못하다. 미국인들의 신체가 타고 날 때부터 수영을 잘 하도록 균형이 잡혀 있는 것도 아니다. 미국 문화 자체가 수영선수를 배출하도록 배경을 이루고 있다. 마치 한국에서 학교나 군대에서 태권도를 가르쳐 붐을 이루고 있는 것처럼 미국은 야구와 더불어 수영이 국가적인 붐을 이루고 있다.

학교마다 수영 클럽이 있고 또 수영만 잘 하면 스탠포드, 하버드, 예일, UCLA등 어디든 갈수 있다. 특히 스탠포드는 미국 올림픽 선수를 길러내는 명문으로 알려져 있고 이번 시드니 대회 여자 버터플라이 200m에서 금메달을 딴 미스티 하이만도 스탠포드 대학생이다.


캘리포니아, 하와이, 텍사스, 플로리다주는 1년 내내 수영할수 있는 기후인데다 미전국 각도시에서 매주 수영대회가 열려 초등학교에서부터 대학생까지 조직적인 경기 체제를 갖추고 있다.

수영선수는 수영복만 있으면 되니까 돈이 별로 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그것은 자녀들이 YMCA 동네수영장에 다닐 때 할수 있는 이야기다. 선수가 되는 길로 접어 들면 수영처럼 돈이 드는 스포츠가 없다. 매주 부모들이 자녀를 따라 여행해야 하고 학교 클럽이외 좋은 수영클럽에 따로 가입해야 하고 개인레슨을 받아야 한다. 연습량도 엄청나 하루에 수영장을 400번 왕복해야 하며 이는 2마일에 해당하는 거리다.

미국은 세계 최고의 수영 시설을 갖추고 있으며 수영선수의 영양, 신체구조, 물과 신체의 역학연구에 있어서도 단연 세계 제일이다. 동네에서 열리는 수영대회를 참관해 보면 미국이 올림픽 수영을 제압할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국력과 시스템, 모두가 세계적인 수영선수를 배출하도록 되어 있다. 올림픽에서 미국선수들이 수영메달을 휩쓰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며 국력과 선수들의 피나는 훈련의 당연한 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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