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코리아타운 지수

2000-09-21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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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에세이

▶ 안상호 경제부장

메이저리그 투수는‘인격과 덕망’보다 몇 승 투수냐는 숫자로 가치가 평가된다. 올림픽도 갈수록 선수는 선수끼리, 국가는 국가끼리 숫자경쟁이 치열해진다. 숫자 뒤에는 감동의 인간 드라마가 가려져 있지만 이를 꿰뚫어 보려면 숫자를 뛰어넘는 눈이 필요하다.

숫자라면 역시 경제다. 신문 경제면은 다우존스·나스닥·S&P 500지수·연방 재무부채권 수익률에서 시작, 처음부터 끝까지 숫자인 주식 시세표로 이어진다. 요즘 처럼 한국물의 등락이 심한 때는 코스닥 시세만 하루가 빠져도 항의전화가 이어진다. 한국증시 투자한인이 많다는 것과 숫자가 생활에서 차지하는 비중등은 이때 실감하게 된다.

매달 쏟아져나오는 수 십개의 경제관련 지표를 보면 경제는 숫자로 말하는 것임을 깨닫게 된다. 연방 상무부·노동부·컨퍼런스 보드·미시간대학 경제학부·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등은 미 경제에 중요한 숫자를 거의 매달 발표하고 있다. 이중 일반인들도 눈여겨 볼만한 지수는 10~20개정도라고 하나 FRB는 이를 근거로 금리를 조정하므로 이 숫자가 갖는 위력은 대단하다.
비즈니스 론의 페이먼트, 변동이자율이라면 집 페이먼트, 크레딧카드 이자율의 변화는 전적으로 이 지표에 달려 있다.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이 숫자의 특성중 하나다.


이런 숫자의 세계속에서 연속사극 ‘태조 왕건’정도를 보면 마음이 헐렁해진다. 비디오로 연속극을 보는 부지런한 시청자라면 왕건이 견훤의 뒷통수 격인 서남해(나주) 침공을 준비하는 것까지 진도를 따라갔을 텐데 이 작전에는 수군 2,000명에 배가 200척 정도 필요하리라는 것이 왕건의 판단이다. 소수점 이하 몇 자리까지 계산해서 미사일을 날려야 하는 현대의 군사작전과는 숫자적으로 상당한 여유가 있다.

굳이 비교한다면 코리언 커뮤니티의 숫자개념은 뉴욕증시 보다는 다분히 왕건적이다. 커뮤니티와 관련된 믿을 만한 숫자는 아직 10년전 센서스가 기껏이다. 나머지는 어림짐작이거나 주먹구구로 만나면 인사말 처럼 “요즘 타운경기 어때요”라는 말이 오가지만 답변할 자료는 거의 없다.

그래서 이 기회에 코리아타운 지수(Korea Town Index)를 한 번 만들어 보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것이 뜻있는 이들의 의견이다. 30개 우량기업의 주가평균을 모은 다우존스 산업지수를 본떠 타운의 우량업체를 업종별로 선정, 분기별로 매출의 성장률을 모아보면 타운 경기를 가늠해 볼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객관적인 숫자로 경영상태를 밝히고 있는 곳은 타운에서는 그나마 은행 한 곳으로 여기에다 식당, 마켓, 부동산, 자동차나 전자제품판매업체등 이 업종이라면 얼핏 떠오르는 건실한 타운업체들을 30개소나 50개소 정도 선정, 이 작업을 시작해 보자는 것이다.

여기에다 타운 외곽에서 달러화를 끌어오는 배큠역을 하고 있는 다운타운 업체나 페인팅등 컨트랙터, 타운경제와는 무관하게 주류사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인업체까지 끌어오면 코리언 커뮤니티 지수(Korean Community Index)도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몇 년전 코리언 지수 가능성을 타진한 적이 있다는 한 경영학 교수는 무엇보다 한인업체가 정확한 자료를 제공해줄 수 있어야 이 작업은 가능하지 않겠느냐며 학계, 공인회계사, 은행, 언론기관등이 힘을 모아 이 작업을 다시 한 번 시작해 볼 것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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