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가난을 비웃지 말라

2000-09-21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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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생각

▶ 마리아 전<로미타>

가난은 이웃의 냉대와 마음의 상처를 가슴깊이 느끼게 하면서 자아의 참모습을 인식하게 만든다. 그러므로 가난을 변명하거나 옹호하지는 않는다.

나는 어린 시절 가정환경이 어려워 삼시의 밥은 물론 기본적인 교육도 충분히 받지 못했다. 나는 그런 나 자신을 매우 부끄럽게 느끼고 있다. 사람들은 상대방에게서 존경과 대우는 당연히 받아들이면서 본인 스스로는 이와 동등한 모범적인 행동을 기피하거나 외면한다.

미국은 다민족이 모여 살기에 형편여건이 잘 조화된 계층도 있지만 전혀 아무것도 없는 그런 서민들도 꽤 많이 존재한다. 남편과 나는 노총각과 노처녀로 중매로 만나 서로 필요성을 공감함에 따라 결혼하게 되었다. 그런데 초라한 신부와 신랑의 가정적 배경을 빌미삼아 마음을 슬프게 하는 사람들이 있다. 나의 모습이 초라하다고 온 동네를 다니면서 스스로를 우월하게 부각시키고 나를 가리켜 식모 같다고 말한다. 가난이 죄라면 죄가 될수도 있지만 그렇게 나의 인권을 침해하고 나면 그들도 자신의 양심적 가책을 외면할 수 없으리라 여겨진다.


미국은 비록 복지혜택을 받는 사람이라도 그들의 삶의 현실을 묵살시키거나 또는 죄인이나 거지 대하듯 경멸하지는 않는다.

근래 우리는 자주 위상이니, 과시 또는 자랑등과 같은 표현을 듣게 된다. 그러나 그런 가시적인 말보다는 일상생활에서 세금같은 것이라도 양심적으로 보고해야 할 것이다. 내가 낳은 자식은 내가 키워야 마땅한데 아직도 아이를 낳아 수출하는 치욕적인 생활방식은 왜 개선이 되지 않는지 한국인이라면 당연히 부끄럽게 여기고 반성하여야 된다.

우리는 항상 전통과 가문을 내세우는데 실질적인 도덕은 다 어디에 갔는가. 세종대왕이 국민을 불쌍히 여겨 과학적이고 우수한 우리 언어를 손수 만드셨다고 우리는 자랑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한글이 적힌 쓰레기를 아무 곳에나 버리고 마켓 근처에서 한국인이 마구버린 쓰레기를 많이 발견하게 된다. 이와같이 사람들의 양심이 마비되었는데 위상은 무엇이고 과시는 또 무엇인가. 권위만 찾지말고 모범적인 행동을 솔선수범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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