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자바상가의 살 길

2000-09-20 (수)
크게 작게

▶ 기자수첩

▶ 고상호 (경제부)

다운타운 자바시장의 불경기가 날로 심각해져 가고 있다. 영업난을 견디다 못해 도산하는 업체가 줄줄이 생겨나고 있고 관련 업체의 피해도 점점 커지고 있다.

자바시장 1,000여개 의류업체의 80% 가량은 한인 소유로 한인의류협회는 얼마전 나라은행과 공동으로 경기진단과 해결책 방안을 위한 세미나를 개최하기도 했다.

지난 수년간 금광을 연상케 할 정도로 황금시장으로 여겨져 너도나도 뛰어들던 자바가 이처럼 수난을 겪고 있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 미국내 소매시장의 경기둔화와 중남미 시장의 몰락, 밀려드는 저가의 중국상품등 외부적 요인들이 존재하지만 관계자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자바시장의 보다 근본적인 문제점은 무분별한 경쟁을 가져오는 내부적인 요인에 있다.


90년대 초만 해도 400여개의 불과했던 한인업체는 2배 이상 늘어났다. 의류에 대한 전문지식이나 경험도 부족한 상태에서 돈을 벌어보겠다는 일념만으로 너무 많은 업체들이 생겨났다.

하지만 새로 생겨난 업체의 대부분은 새로운 분야의 개척이나 독특한 상품을 취급하기보다 이미 남들이 하고 있는 같은 물건들을 단순히 싼값에만 판매하는 가격경쟁으로 돌입해 기존 업체들마저 함께 몰락시키는 주원인이 되고 있다.

특히 자비 의류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주니어 의류의 경우 이미 생산자가 적정 가격을 주장하던 시대는 지났고 바이어들이 일방적으로 가격을 정해 주문하면 한인업체들은 마진이 남지 않아도 이에 맞춰 물건을 만들어 팔아야 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고 업주들은 하소연하고 있다.

비즈니스가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노하우 축적을 통한 상품의 차별화와 수익의 재투자로 인한 내실 다지기가 기본이 돼야 한다. 무분별한 제살 깎아먹기식 경쟁은 지양하되 서로간의 협조를 통해 사업 정보교환과 판로개척 등은 좀 더 적극적으로 추진돼야 한다.

특히 그동안 한인업체들이 좀처럼 사용하지 않았던 방법으로 소규모 업체들간의 합병으로 규모를 키우고 전문분야 직원들과의 소유권 분배로 경쟁력을 확보하는 방안도 절실히 필요하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