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미국문화 레슨

2000-09-20 (수)
크게 작게

▶ 미국인이 본 한국

▶ 크리스 포오먼 (샌프란시스코주립대 교수)

나의 한국친구들은 대부분이 수학을 잘한다. 그러하기에 친구가 ‘xxix’이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뜻밖의 질문이었기에 은근히 놀랐다. 그녀가 로마숫자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29’라고 번역을 못하는 것 같았다. 그때 생각으로는 그녀만의 문제로 지나쳤는데, 많은 한국사람들이 그녀처럼 로마숫자에 익숙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문화차이가 아닌가 싶다.

한국사람들이 로마숫자를 읽는데 어려워하는 것은 놀라울 일이 아니다. 로마숫자는 고대 서양문화 유물이고 일상생활에서 자주 쓰여지는 것도 아니며, 더군다나 로마숫자로 계산을 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이유 때문일 것이다. 어떻게 ‘mmii’을 ‘xvi’ 로 나누기를 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이러한 불편과 한계에도 불구하고 로마숫자는 지금도 시계 얼굴이나, 책머리 장이나, 영화 크레딧이나, 수퍼볼에서 사용되는 등 문화의 유물로서 우리의 일상에 잔재하고 있다.

로마숫자가 실용적이지 못하지만, 미국학교에서 교육을 받은 사람에게는 로마숫자는 익숙하다. 마치 한국에서 교육을 받은 사람에게 한문 숫자가 익숙한 것과 마찬가지일 것이다. 내가 로마 숫자를 처음 대하였을 때는 초등학교 2학년 때 시계 보는 법을 배울 때인 것으로 기억한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 중에 로마숫자 읽는 법을 배우지 않았으면 다음 구절을 자세히 읽으면 쉽게 배울 수 있을 것이다. 로마 숫자는 7개밖에 없다. I=1, V=5, X=10, L=50, C=100, D=500, 그리고 M=1000을 의미한다. 보통 대문자로 표기되지만, 가끔은 소문자로 쓰여지기도 한다 (i, v, x, l, c, d, m). 숫자를 표기할 때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쓴다. 예를 들어 ‘21’을 로마 숫자로 표기하면 ‘XXI’로 기록한다. 201=CCI, 2001=MMI, 등등. 그러면 1666을 어떻게 기록할까? 1666=MDCLXVI 이다.

로마 숫자를 표기할 때 몇 가지 알아두어야 할 점이 있다. 똑같은 숫자를 4번 이상 지속하여 반복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8’을 VIII로 표기하지만 ‘9’를 VIIII 로 표기하지 않고 IX 라고 표기한다. 이런 경우는 오른쪽에 있는 높은 숫자 (X=10) 에서 왼쪽의 낮은 숫자 (I=1)를 빼서 적는다. 그러나 ‘M’은 예외이다. 예를 들어 7000을 MMMMMMM 이라고 반복하여 써도 된다. 만약에 우리가 지금도 로마숫자를 써야한다면 1999년에서 2000년으로 넘어가는 것이 너무 좋을 것이다. MCMXCIX 라고 쓰다가 MM 이라고 간단하게 쓰니까 말이다.

로마숫자에 관한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 M&M 캔디 회사가 자기회사의 캔디가 밀레니엄 캔디라고 텔레비전에 광고를 내어 히트를 쳤다한다. MM=2000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영화 크레딧을 자세히 보면 로마숫자로 영화가 제작된 해가 기록되었다.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로는 초창기에 만들어진 영화들은 제작 날짜가 표기되지 않았다 한다. 시청자들이 영화가 오래된 영화라고 생각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일부러 영화 제작 날짜를 기록하지 않았다 한다. 그러나 제작 날짜를 기록하도록 국회에서 법이 통과된 후로 영화 제작자들은 관객이 빨리 읽을 수 없는 로마숫자로 기록하였던 것이 전통이 되었다 한다.

마지막으로, 당신 친구가 로마숫자를 아는지 조크로 테스트하여 보라. 두 손가락으로, 마치 평화를 표시하듯이, ‘V’사인을 하면서 친구에게 "이것이 무엇이냐?" 하고 물어 보라. 만약에 친구가 당신의 질문을 알아듣지 못하면, “로마 군인이 맥주 다섯 잔을 주문할 때 이렇게 한다" 하고 힌트를 주라. 만약 그가 웃으면 로마 숫자를 아는 사람이고, 어리둥절하면 이 글을 보여 주라.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