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같은 제품 다른 가격

2000-09-20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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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해 봅시다

▶ 이승범

본인은 한인타운내에 조그마한 비즈니스를 시작하려고 준비하고 있다. 여러가지 준비하는 과정에서 사무용 가구가 필요하여 여러군데 가구점을 찾아다니던 중 신문에서 한국의 유명 가구점이 본사 직영매장으로 세일을 한다기에 반가운 마음으로 아내와 함께 그곳을 찾았다. 전부터 이 가구가 튼튼하고 특히 사무용 가구가 좋다는 얘길 들었었다.

찾아간 곳은 본사 직영 매장이라고 말하기에는 작은 소규모이기에 조금 의아하긴 했지만 크기가 뭐그리 중요한가 하는 마음에 이것저것 둘러보고 주문을 하려고 했다. 그런데 이게 웬말인가? 영업사원이 하는 말이 물건이 없으니 돈을 내고 가면 4주가 걸릴지 5주가 걸릴지 확실히는 모르지만 물건은 꼭 온다는 말만 강조하는 것이 아닌가?

특별히 큰 물건을 구입하거나 아주 비싼 물건을 구입하는 것도 아니고 몇 개의 책상과 몇 개의 의자만을 구입하려고 하는데 전시용 모델밖에 없으니 기다리라는 것이다. 매장규모로 따지는 것은 아니지만 한두푼 하는 가구도 아니고 또 언제 물건이 올지도 확실하지 않은데 어떻게 돈을 내고 가란 말인가? 본사 직영매장이라고 하는데 정말 한국 본사 직영매장인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갔다. 할수 없이 실망감만 느끼면서 발걸음을 되돌려야 했다.

며칠후 신문에서 이번에는 다른 곳에 있는 같은 가구회사 광고가 나와서 속는 셈치고 다시 한번 가보았다. 그곳은 전번 매장과는 달리 규모도 제법 크고 물건의 종류도 훨씬 많아서 지난번에 화난 것이 조금 풀리는 듯 했다. 그러나 이번엔 가격이 문제가 되는 것이다. 똑같은 물건인데도 값은 10~20% 정도의 차이가 나는 것이 아닌가?


한국에서 제법 유명한 가구로 알려져 있어 머나먼 이곳에서 그 가구를 접할 수 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기분좋은 일이고 한국의 가구를 선보일 수 있는 좋은 기회인지라 꼭 나의 회사가 외국에서 발전해 나가는 것처럼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같은 회사의 물건이 현저한 가격차이가 있는 것을 보고 너무 실망스러웠다. 두 곳의 가구점 중에 어떤 것이 제대로 된 가격인지 의문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꼭 이렇게 한국사람끼리 경쟁을 해야 하는 것일까? 본사 직영매장이라고 광고를 하는 곳은 협소한 장소에서 물건도 없이 영업을 하고 또 다른 매장은 물건 종류도 많고 좋은데 가격이 비싸고... 이렇게 되면 소비자에게 혼동만 주는 것이 아닌가? 외국에서 한국의 유명가구를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살깎기식’으로 영업하는 것을 보았을 때 “역시 한국회사는 안돼”라는 생각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왜 매번 이래야만 하는 것인지 정말 아쉽다. 서로 도우면서 영업을 할 수 있는 마음과 서로 상도덕을 지켜가면서 선의의 경쟁을 할 수 있는 자세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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