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선물은 갈고리와 같은 것

2000-09-20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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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민군의 송이버섯 선물

▶ 박종식<예비역 육군소장>

우리 국군의 가슴에 총부리를 겨누던 인민군의 손으로 귀한 송이버섯을 캐서 선물로 보내다니 세상이 변해도 한참 변한 것 같다. 더구나 3백상자, 2만5천여개, 9억원어치나 되는 송이를 소위 그들이 말하는 타도 대상인 부르주아계급에 선물을 하다니 정말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노동자 계급인 무산대중 계급은 지배계급인 자본가 계층에게 착취 당해왔다. 따라서 계급없는 평등사회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폭력으로 계급투쟁을 하여야 한다. 이것이 공산주의자들의 목표이며 행동강령이다.

한편 세계 2차대전과 6.25 전쟁을 중심으로 심리전 선전기술에 대한 연구분석 자료에 의하면 행동화 촉구 단계에 여러가지 방법중 선물공세가 있다.


그 내용을 요약해 보면 선물을 싫어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심리전에서 전달되는 여러가지 선물로는 부족한 물건이거나 구하기 어려운 것들을 골라서 보낸다. 비록 적은 것일지라도 목표대상 집단의 병사나 주민들은 고마워할 뿐 아니라 주최측에 대한 증오심, 적개심은 점차 약화되고 친밀감과 호감을 일으켜 경계심 또는 투쟁의욕을 감소시킬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자기네 지도자들에 대한 불신, 불평, 불만을 싹트게 하고 불안을 느끼게 하여 협조거부와 반정부 행위를 일으키는 동기를 부여하게 된다 라고 연구결과가 나와 있다.

이번에 배당이 되어서 드신 분들은 부디 효험이 있어 무병장수 하시기를 바라 마지않는다. 다만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그들의 진의가 어디에 있는지 냉정하게 생각해서 앞으로 대응해나갔으면 한다.

그리고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중국고사에 어느 장군이 전투중 자기자신에게 술서말의 선물이 들어왔다. 장군은 혼자 마시지 않고 수천명의 부하 모두를 맑은 물이 흐르는 개울 양 주변에 모이게 한 다음 그 술을 모두 개울에 부어 전 장병과 함께 마셨다고 한다. 그후 휘하 모든 장졸들은 장군을 위해 목숨을 아끼지 않고 싸워 백전백승의 전공을 세웠다는 유명한 일화를 되새겨 보아주었으면 한다.

얼마전에 어느 방송인이 “기쁘다 구주 오셨네!”가 “기쁘다 동무 오셨네!”로 바뀌었다고 했다. 송이버섯 선물뿐만 아니라 요즘 남북 관계가 엄청나게 변함에 따라 상대적으로 병역의무의 명분이 흐려지고 복무의욕이 떨어지지 않을 수 없다. 차제에 가뜩이나 말썽이 많은 병역제도를 재검토할 시기가 되지 않았나 사려된다. 현재 국가가 법령으로써 병역의무자를 강제적으로 모아서 일정한 기간 군무에 복무케 하는 징병제를 모병제로 바꿔서 직업군인화 시키는 것이 적합할 것 같다.

나아가 과거 서독과 같이 우리도 한강과 대동강까지 남북 양군이 서로 물러나고 휴전선(경계선?)은 경찰이 지키는 평화로운 날이 하루 속히 왔으면 좋겠다.

아무튼 우리 국군의 가슴에 총부리를 겨누던 인민군의 손으로 항암에 극히 좋다는 송이버섯을 그들의 타도 대상인 부르주아적 계급에게 선물한 저의가 무엇인지 지켜보아야 할 것 같다. 서양 속담에 “선물은 갈고리와 같다” 그리고 “변하면 변할수록 원점으로 돌아온다”라는 2가지 경구를 상기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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