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신고 기피증이 문제다

2000-09-19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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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인타운의 범죄

▶ 제이슨 리 (LAPD 공보관)

지난 주 LA 한인타운에서 한인 갱단원들이 30대 한인을 납치, 집단 폭행하며 끌고 다니다 경찰에 체포된 사건이 있었다. 이들은 LA와 세리토스 일대에서 활동하는 한인 ACS 단원들로 이날 저녁 타운내 한 술집에서 피해자를 위협, 흰색 캐딜락에 태운 뒤 차안에서 집단 구타한 혐의를 받고 있다. 범행 한인들은 밤 1시쯤 타고 있던 자동차가 일단 정지하는 순간 피해자가 열린 차창문을 통해 뛰어내려 달아나자 끝까지 따라가 때린 후 차 트렁크에 싣고 도주하는 잔인성을 보였다.

이들이 저지른 범죄는 아주 죄질이 나쁘며 따라서 중형이 예상된다. 우선 납치와 감금에 각각 10년에서 20년, 여럿이 공모를 해 범죄를 저지른데 10년에서 20년이 추가되며 여기다 집단으로 폭행해 상처를 입힌 점 등이 고려되면 4명 모두 유죄 평결을 받을 경우 30년에서 종신형에 처해지게 될 것이다.

이번 사건이 아니더라도 최근 범죄가 늘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 지난 7년째 감소세를 보이던 LA 지역 범죄율이 올 들어 25%나 증가했다. 램파트 경찰서는 스캔들이 터지면서 악명 높던 갱 단속반 이름을 CRASH에서 SEU(Special Enforcement Unit)로 바꿨으나 하는 일은 종전과 똑같다. 그럼에도 스캔들로 경찰은 위축된 반면 갱단들은 상대적으로 단속이 뜸해진 틈을 타 활개를 치고 있다.


이는 램파트 관할 구역뿐만 아니라 LA 전역에 걸친 공통적 현상이다. LA 한인타운에서도 얼마전 갱단 총격으로 한인 청소년이 사망하는 등 갱단 관련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이번 사건 용의자로 체포된 4명중 2명은 지난 6월 발생했던 이호윤씨 총격 살해 사건 당시 이씨와 같은 차에 타고 있었던 인물로 밝혀졌다. 그 때는 피해자였던 사람이 이번에는 가해자로 잡힌 것이다.

이처럼 표면에 드러난 사건은 빙산의 일각이고 한인타운에서는 갱들간의 각종 폭력 사건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어째서 이런 일이 반복되는 것일까? 그 가장 큰 원인은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보고도 아무도 신고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인들은 사건 현장을 보고도 신고를 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막상 재판이 시작돼 증인으로 채택돼도 이런 저런 이유로 좀처럼 법정에 서려 하지 않는다. 죄를 짓고도 주민신고가 없어 아예 잡히지 않거나 잡혀도 증거불충분으로 풀려 나오면 갱간 보복의 악순환이 거듭된다. 이번 사건 범인들이 잡히게 된 것도 이들이 홍씨를 트렁크에 가두는 장면을 목격한 한 주민의 신고를 받고 램파트 경찰서 소속 경관들이 긴급 출동했기 때문이다.

한인타운에 술집과 당구장등 유흥업소가 늘어나는 것도 문제다. 술이 있는 곳에 마약이 돌고 마약이 있는 곳에 매춘이 따르는 것은 하나의 공식이다. 유흥업소 증가와 함께 타운이 점차 갱들의 온상으로 변하고 있다. 해가 지면 수천명의 한인 청소년이 타운 유흥업소 주위를 배회한다. 이들 모두가 범죄자는 아니지만 부모의 눈을 피해 밤거리를 쏘다니는 청소년은 언제든지 범죄에 빠져 들 수 있는 요주의 대상이다. 처음에 호기심에 유흥과 향락의 길에 잘못 발을 디뎠다가 이제는 하드코어 범죄자가 된 한인 청소년이 적어도 수백명 규모다. 처음에는 술집에 가 공술을 얻어 먹고 협박이나 하고 다니는 건달에서 출발, 시간이 지나면 조직 깡패의 일원으로 해결사부터 마약딜러등 전문 범죄자가 되어 간다.

지금 한인 사회 곳곳에서는 깡패와 건달들이 준동하면서 우범지대화 하려는 위험 사인이 나타나고 있다. 문제가 더 심각해지기 전에 한인타운 지도자들이 유흥업소 난립을 막고 조직 범죄 소탕을 위한 캠페인을 펼 시기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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