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강초현과 올림픽 포상금

2000-09-19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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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츠칼럼

▶ 박덕만 (편집위원)

지금 한국은 ‘강초현 신드럼’에 빠져있다. 시드니 올림픽 초반 아직까지 기대했던 메달수확이 이뤄지지 않고있는 가운데 지난16일 여자사격 공기소총부문에서 은메달을 딴 강초현의 스토리가 심금을 울려주고 있기 때문이다.

강초현은 신장 157센치, 체중 45 킬로, 내달23일이 돼야 만18세가 되는 애띤 여고생이다. 이날 경기에서 강초현은 여유있게 앞서 가다가 마지막 1발의 실수로 미국의 낸시 잔슨에게 0.2포인트차로 역전 당해 다잡았던 금을 놓쳤다. 경기가 끝난후 ‘충격’ ‘허탈’ ‘눈물’로 이어졌다가 ‘미소’를 되찾고 시상대에 선 그녀의 해맑은 표정은 비단 TV중계가 아닌 스틸 사진만으로도 의료대란,경제위기등으로 찌들어 있는 한국국민들에게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게다가 월남전에서 부상당한 상이용사로 투병생활을 하던 아버지가 지난해 7월 사망했고 홀어머니가 원호연금으로 가계를 꾸려 나가는 가운데 어렵게 운동을 했다는 사연이 전해지면서 국민적 관심이 집중됐다. 언론사 인터넷사이트마다 그녀를 칭찬,격려하는 글이 쇄도하고 있고 ‘사랑의 총알’이라는 팬클럽이 만들어졌다. 인기가수 조성모는 격려금 1,000만원에 대학 4년간 매월100만원씩 장학금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시드니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한국선수는 과거 60만원에서 대폭 오른 월100만원의 연금을 받게되고 이와는 별도로 1만달러의 포상금을 받는다. 연금을 일시불로 원하면 6,720만원을 받을 수 있다. 은메달을 딴 강초현은 5,000달러의 포상금에 45만원의 연금을 받는다. 동메달리스트에게는 3,000달러의 포상금과 30만원의 연금, 메달권 밖의 선수들에겐 1,500달러의 격려금이 주어진다. 단체전은 우승의 경우 개인당 금 6,000달러, 은 3,000달러, 동메달 2,000달러를 주고 그외 선수에겐 1,000달러의 격려금을 지급한다. 강초현이 금메달을 놓치고 서럽게 울었던 이유가 상금때문은 결코 아니었겠지만 그녀의 가정 형편상 금메달과 은메달의 의미차이는 큰 셈이다.


소속협회에서 별도의 상금을 지급하는 곳도 있다. 육상,역도,복싱,승마등에서 금메달을 따면 1억원을 추가로 받게되며 마라톤 우승자에게는 3억원이 주어진다. 용인대총장인 김정행유도협회장은 유도 금메달리스트에게 용인대 유도학과 교수직을 보장한다고 발표한바 있다. 그밖에 펜싱 5,000만원, 사이클 3,000만원 그리고 수영에서는 8강에만 들어도 5,000만원의 상금을 탈 수 있다.

한국뿐 아니라 대부분의 나라가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에게 포상금을 준다.

아시아권의 경우 지금까지 금메달을 단 1개도 못땄다는 타이완이 미화로 약33만달러를 내건 것을 비롯해, 싱가폴 57만5,000달러, 필리핀 16만달러, 홍콩 12만5,000달러, 일본이 10만달러선의 상금을 준다. 중국의 8만원은 달러로 환산하면 9,000여달러에 불과하지만 근로자 평균임금의 10년분에 해당한다. 러시아의 푸틴대통령도 스포츠 러시아의 자존심 회복을 내세워 5만달러의 상금을 내걸었다.

거액의 상금을 내걸면 선수들의 성적이 좋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76년 몬트리올에서 양정모가 금을 딸때까지는 은메달 하나, 동메달 하나 건지기도 쉽지 않았던 시절을 생각하면 이번 대회에서 한국이 금메달 12개, 10위권을 노린다는 것은 그만큼 한국의 경제력이 성장한 덕분이다. 일부에서는 지나친 상업주의와 상금지급등으로 올림픽의 아마추어리즘이 퇴색되고 있음을 경계하는 소리도 나오고 있으나 올림픽 메달수가 국민사기와 직결한다는 점에서 팔장끼고 지켜볼 수 만은 없는 일이다.

올림픽 우승자에게 돈을 주는 것이 최근에 일어난 현상만은 아니다. 고대 올림픽경기에서도 우승자에게 각종 재물이 주어졌다는 기록이 있다. 그리스 올림피아에서 BC 776년부터 AD 500년까지 약 1300년간 지속됐던 것으로 추정되는 고대 올림픽때는 우승자만에게는 오늘날 처럼 메달을 주는 대신 월계관을 머리에 씌워주었다. 공식적인 상금이나 부상은 없었으나 출신 도시로 돌아가면 오늘날처럼 막대한 포상금이 기다리고 있었다. 아테네의 경우 달리기 우승자에게 500드라크마의 돈을 지급했는데 당시 1드라크마는 숙련 기술자의 하루 일당이었다고 하니 오늘날 가치로 환산하면 5만달러는 족히 넘을 것으로 보인다. 우승자에게는 또한 타운홀에서 평생 무료로 식사를 할수 있는 특전이 주어졌다.

당시 그리스에서는 올림픽게임외에도 도시별로 유사한 경기를 많이 가졌는데 팬아테나게임의 우승자에게는 올리브유 100병이 주어졌다고 한다. 올리브유 1병에 12드라크마였다니 오늘날 가치로는 10만달러는 될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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